정부가 일본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전략물자 품목들은 심사 기간과 제출서류가 늘어나는 등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정부는 수출통제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연례적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지난달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17일 밤 12시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수출입고시는 한국의 수출 대상국을 ‘가’(우대국)와 ‘나’(비우대국)로 나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가’ 지역이던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해 원칙적으로 ‘나’ 지역 수준의 수출 통제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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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리 전략물자 1735개 수출 때 심사 대폭 강화
이번 수출입고시 개정으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29개국에서 일본을 뺀 28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한국 수출당국이 집중 관리하는 전략물자 총 1735개 품목에 대해 북한 등 기존 ‘나’ 지역 수준과 비슷한 수출통제 절차를 밟게 된다. 개별 허가대상 품목의 심사 기준은 최장 5일에서 15일로 늘어나고 신청 서류는 3종에서 5종으로 증가한다. 포괄허가를 받은 전략물자라도 재수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개별 수출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 허가, 경유·환적허가는 기존대로 우대 조치를 받는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20일간 국민참여입법센터 등을 통해 의견을 받았다. 의견 수렴 결과 91%가 찬성을 나타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9%를 차지한 반대 입장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한국 민간전문가 등의 의견이 포함됐다.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와중에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한국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기업은 100곳 안팎이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무기 전용 가능성 없이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에는 피해가 없도록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투명하게 절차를 운영하고 전담심사자 배정, 컨설팅 등의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물자 수출 절차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정 요건 완화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정책관은 “이번 조치는 국제 평화와 지역안보를 위한 국제수출통제체제의 본래 취지 외에 다른 목적으로 수출통제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해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특정 국가나 품목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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