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폰, 항공권 가격은 프랑스보다 미국이 저렴했다. 20년 뒤 현재 이들 상품의 미국 가격은 프랑스, 유럽, 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비싸다. 토머스 필리폰 뉴욕대 교수는 그 해답을 경쟁에서 찾고 있다. 많은 산업에서 유럽 내 경쟁이 미국보다 치열한 데 비해 미국에선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경쟁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1년 프랑스의 통신요금은 미국보다 17% 비쌌다. 그러나 2014년엔 미국보다 27%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4세대(4G) 이동통신 사업 면허를 억만장자 그자비에 니엘이 소유한 프리모바일에 줬다. 프리모바일은 데이터 통신 무제한 플랜을 기존 통신회사보다 훨씬 싼 요금으로 제공했다. 이 회사는 곧바로 20%의 시장 점유율을 획득했고 기존 통신회사는 요금을 내려야 했다. 반면 미국 이동통신업계에선 3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과 4위 스프린트의 합병을 허용하는 등 산업 집중이 더 진행되고 있다.
美 통신요금 비싼 건 독과점 탓
이런 움직임은 항공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2007년까지 국내선 시장을 거의 독점했지만 프랑스 개혁파는 2008년 영국 저비용항공사 이지제트에 시장 참여를 인정했다. 현재는 스페인 부엘링항공, 트란사비아, 옷프 같은 저비용항공사가 국내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반면 미국의 하늘은 일련의 합병으로 대형 4개사가 지배하고 있고 외국 항공사는 국내선 시장 진입을 금지당했다. 미 항공사의 이익률은 유럽 항공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유럽연합(EU) 주도국들은 처음부터 경쟁 정책이 위험한 경제 내셔널리즘과 보호주의를 억누르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유럽위원회는 EU 내 국가에서 완전히 독립했고 미국의 조직보다 훨씬 엄격한 기관이 됐다.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의 승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위원회는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통합계획을 거부하고 있다.
정치로부터의 분리가 EU 여러 나라에서 기업 경쟁을 촉진한 데 비해 미국 독점금지법 당국자들은 자신을 임명한 정치인이 우선하는 과제에 편의를 도모해 정치가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가 경쟁막으면 소비자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대부분의 합병 안건을 승인하는 등 산업계에 호의적이다. 여러 주정부의 검찰총장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을 저해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임명한 담당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지방 서비스를 개선하고 차세대 규격인 5세대(5G) 이동통신의 전개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리폰 교수는 경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소득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쟁 저하는 국민소득에서 고용자 임금 비중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이익률과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노동분배율이 계속 일정하다.
미국은 혁신과 벤처캐피털, 노동시장 유연성 등 성장과 관련한 많은 요인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여전히 다수 자국 기업의 보유 주식을 통해 경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경쟁 정책에 관한 한 세계의 교사 역이었던 미국이 이번에는 학생이 돼야 할 시기일지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그레그 입 WSJ 칼럼니스트가 쓴 ‘What France Can Teach the U.S. About Free Markets’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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