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리 하락으로 해외금리연동상품인 파생결합증권(DLS) 및 파생결합펀드(DLF)에서 큰 손실이 불가피해져 금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 판매한 잔액이 은행별로 35~60%로 밝혀져 불완전판매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키코(KIKO) 사태, DLS와 비슷한 유형의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조작 사건 등 일련의 구조화 상품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그 구조가 기본적으로 역전환사채(reverse convertible)형이란 점이다. 즉 상방의 이익은 닫혀 있고 하방 위험은 열려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ELS는 대개 두세 개의 주식 또는 지수에 연동시킨 뒤 만약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정한 고정수익을 지급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그 하락폭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주가에 따라 상품 속성이 달라진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채권의 성격을 갖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역전환사채로 불린다.
이런 구조는 일반채권에 풋옵션 매도를 합성한 포지션과 동일하다. 물론 ELS에는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나 디지털 옵션(digital option) 매도 등 더 복잡한 구조가 포함돼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풋옵션 매도가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DLS도 똑같다.
ELS와 DLS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다. 노후자금의 이자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고령층으로서는 은행금리 대비 2~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준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2~3%포인트 가산금리의 원천은 무엇일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주가나 금리가 하락할 때 입는 막대한 손실이 그 대가다. 정확히 말해 풋옵션을 팔아 받는 옵션 프리미엄이 가산금리다.
도대체 풋옵션 매도는 얼마나 위험한가? 월가에선 풋옵션 매도를 ‘스팀롤러 앞에서 동전줍기(picking up nickels in front of a steamroller)’라 부른다. 스팀롤러는 아스팔트를 다질 때 사용하는 불도저같이 생긴 기계다. 스팀롤러는 천천히 전진하는데 그 앞에 동전이 놓여있으면 잘못하면 깔려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전을 줍게 된다. 동전(nickel=5센트)이란 작은 수익을 얻기 위해 죽음이란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압사당할 위험이 극도로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까. 인간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치명적 위험에 둔감해진 때문으로 봐야 한다. 풋옵션 매도의 위험이 이와 같다.
파생상품은 그 위험성 때문에 대부분 나라가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엄격히 제한한다. 한국도 2011년 이후 개인투자자의 진입에 일정한 장벽을 쌓았다. 1단계인 선물이나 옵션 매수는 기본예탁금 3000만원에 20시간의 사전교육, 50시간의 모의거래를 요구한다. 옵션 매도는 2단계로, 기본예탁금이 5000만원으로 높아지고 10시간의 추가 사전교육, 선물옵션 매수거래 1년 경력을 필요로 한다. 옵션 매도를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매수와 달리 손실 크기에 제한이 없는 점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대로 거래 수익 형태가 안고 있는 치명적 위험 때문이다.
이렇게 옵션 매도에 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면서 같은 상품이 부품으로 장착된 ELS와 DLS에는 어떤 판매 규제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 은행에서 이런 상품을 파는 것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크고 예금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1950~1960년대 활약한 미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독특한 어법으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명언은 그의 어록 중 2위로 꼽힌다. 1위는 “It’s like deja vu all over again!”이다. 엄격히 말해 틀린 영어지만 우리말로 의역하면 ‘아! 또야’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제 제발 ‘아! 또야’란 말이 안 나오도록 이런 상품의 은행 판매는 철저히 규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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