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해지당했다. 국제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올 상반기 적자를 낸 OCI에 악재가 추가됐다는 분석이다.
OCI는 5일 대만 그린에너지테크에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계약 네 건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각 계약의 규모는 1517억~5817억원으로 총 1조4075억원에 달한다. OCI는 “계약 상대방인 그린에너지테크 청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에너지테크는 OCI 등에서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사들여 태양광발전 모듈의 중간 단계인 웨이퍼를 제조하는 업체다. 2014년에는 생산 규모 기준 글로벌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태양광 업황 부진이 이어진 영향으로 올 상반기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그린에너지테크와 2008~2011년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만기는 2019~2023년이었다. 계약 당시 태양광 업황을 긍정적으로 본 두 회사가 대형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공급 과잉과 국제 유가 하락 등 복합 요인으로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실제 계약 이행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글로벌 태양광발전 시장은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업체들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CI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295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1.1% 급감했고 60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2017년 3조360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3조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당 8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보는 손익분기점은 ㎏당 13달러 수준이다. OCI를 비롯한 원재료 업체의 실적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OCI 관계자는 “상반기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 등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바이오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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