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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지갑 닫은 日중·노년층 동향에 촉각 곤두세운 일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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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인 일본정부가 40대 이상 중·노년층의 소비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습니다. 지난해부터 중·노년층의 소비심리 악화가 두드러져, 전체적인 소비 부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의 심리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37.1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태도지수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는 14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특히 올 8월은 가장 최근 소비세율을 인상했던 2014년 4월 이후 5년4개월만의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10월에 5년만의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40대 이상 중·노년층의 소비심리 악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9세 이하에선 올 들어 소비자태도지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40세 이상에서 소비심리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전체 지수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이 소비자태도지수에 대한 연령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40세 이상 중장년층 가구로 나타났습니다. 8월 통계에서 40~59세가 2.6포인트, 60세 이상이 3.7포인트 가량을 갉아먹었다는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60세 이상의 심리악화가 심각했습니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무직 가구에선 매달 수입의 40%를 예금에서 인출해 쓰고 있고, 30%는 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 벌어놓은 돈으로 살아가는 상황에선 생활물가 인상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40~50대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절약모드로 들어간 모습이 뚜렷합니다. 일본 사회에서 최근 몇 년간 일손부족 현상과 연공서열제도 붕괴가 겹쳐 진행되면서 인재확보를 위해 젊은 층 신입사원의 임금은 올린 반면 관리직 이상 임금을 억제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합니다. 2015~2017년에 20대 연봉은 연평균 4.6%, 30대는 3.6%인상된 반면 40대는 상승률이 2.6%, 50대는 1.4%에 그쳤습니다. 정년을 맞을 때까지 임금이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중·장년층 세대도 소비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시각입니다.

이처럼 연금생활자가 많은 고령층은 물론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제 퇴조와 맞물려 소득 증가폭이 더뎌 소비를 늘리는데 조심스러워진 40~50대까지 모두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일본 정부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10월부터 소비세율을 인상해야 하는데 생활물가가 높아지면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이란 경계심이 널리 퍼진 중·노년층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급격한 소비 위축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올 2분기까지 일본경제는 대외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 플러스 성장을 유지해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비교적 잘 버텨준 영향이 컸습니다. 올 2분기에는 개인소비가 전기 대비 0.6%늘어나며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중·장·노년층이 일제히 절약모드를 강화할 경우, 일본 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때마침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어 내수소비까지 타격을 입는 것을 일본 정부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을 때도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2013년 2.0%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4년 0.4%로 곤두박질쳤던 기억이 있는데 자칫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면 일본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지적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급격한 양적완화 여파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어 소비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공포는 세율 인상을 앞두고 날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입니다. 10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일본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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