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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脫원전 속에서 한수원이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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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규모 면에서 세계 3위 원자력 발전사다. 세계 1위는 프랑스전력공사다. 58기의 자국 원전과 15기의 영국 소재 원전을 운영한다. 2위는 35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러시아원자력공사이고, 24기를 운영하는 한수원은 중국광허그룹과 같이 세계 3위다. 한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8년 이용률은 93.4%를 기록, 세계 평균보다 13%포인트나 높았다. 지난달 26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 절차를 모두 마치고 설계인증을 받았다. 프랑스, 일본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이런 한수원이 위기를 맞았다. 탈(脫)원전으로 앞날이 어둡고 기업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년 이용률은 세계 평균인 75%에도 못 미치는 68%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발생한 한빛 1호기 원자로제어봉 조작 실수 사건의 원인으로 인적 오류, 감시체계 부실, 안전문화 미흡에 지역과의 소통 부족까지 지목됐다. ‘신뢰받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라는 기업 비전이 무색하다. 정부가 탈원전을 수정할 기미도 안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는 수출 역시 난망이다.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대대적인 변신이 필요하다. 국영기업으로 성장한 한수원은 이제 지방 공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것도 4개 지역본부가 독립해 지방기업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발전소 안전 운영과 지역의 지지가 중요할 때는 지방기업화가 운영의 전문화는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 회복, 기업과 지역의 융합에 적합하다. 4개 본부를 지방기업화하기 어렵다면 각 본부에 직원 채용, 발전소 운영투자, 지역협력 등을 전적으로 일임해 지역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본부를 독립시키고 한수원 본사는 안전 감독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규제기관이 개입하기 전에 예방 활동으로서 안전감독이 필요하다. 안전감독과 더불어 본사의 핵심 역량은 수출에 집중해야 한다. 탈원전에 따른 어려움을 타개하는 길은 오로지 수출뿐이다.

한수원의 APR1400 원전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모두 설계인증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의 인증을 모두 받은 원전은 APR1400과 미국의 AP1000이 유일하다. 미국에 건설 중인 AP1000은 건설비가 ㎾당 1만달러에 이른다. APR1400은 미국 전력연구소가 원전 경쟁력의 가늠자로 보는 ㎾당 4000달러로 건설할 수 있는 서방 세계 유일의 원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중국, 러시아에 대항해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는 한수원밖에 없다.

한수원의 지방화는 한빛 1호기 사태의 대책으로 제시된 직원 전문화와 지역주민과의 소통 강화 방안이기도 하다. 미국 원전사업자는 직원 채용을 발전소 자체적으로 한다. 한 번 채용하면 해당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다. 직원의 전문성이 높다. 반면 한수원은 순환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본사에서 채용하면 어느 한 사업소에 정착 근무를 명하기 어렵다.

각 지역에서 별도 채용하면 평생 자기 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자연스럽게 전문화할 수 있다. 직원들이 지역에 정착하면 지역주민과의 소통도 향상된다. 최근 미국 TMI(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가 폐로를 결정했다. TMI 1호기는 1979년 세계 최초로 중대 사고를 겪은 TMI 2호기의 쌍둥이 원전이다. 사고 후에도 40년간 훌륭히 운전했다.

TMI 원전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지역 언론매체 PA포스트는 TMI 1호기 폐로를 아쉬워하는 지역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심지어 TMI 사고 당시 인접 지방자치단체인 미들타운의 시장조차 “TMI 원전은 지역사회와 매우 좋은 관계”라며 TMI 1호기의 폐로를 아쉬워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탈원전의 위기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

안전규제에도 지자체의 관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전 해체 때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는 모든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다. 앞으로 원전 운영의 거의 모든 절차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의 지지 없이 원전산업은 쉽지 않다. 그러니 지방화만이 살길이다. 한수원이 살아야 한국 원자력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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