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알짜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에 앞서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미리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3구역과 은평구 갈현1구역 등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선 대형 재개발조합은 입찰 참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수십억원의 예납금을 걸었다. 입찰 참여 안내서를 받아갈 수 있는 자리인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내게 하는 방식이다.
지난 2일 현장설명회를 연 한남3구역은 입찰보증금 1500억원 중 25억원을, 갈현1구역은 1300억원 중 50억원을 예납금으로 정했다. 갈현1구역은 은평구청까지 나서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지난달 26일 최종 입찰보증금 1000억원, 현장설명회 예납금 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5일 현장설명회를 열 예정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중심상가재건축은 25억원 중 15억원을 설명회에서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건설사들은 입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참석하는 설명회에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공고 후 현장설명회까지 1주일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공정경쟁을 막고 조합이 미리 점찍어둔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위한 꼼수로 활용된다는 주장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정비임대팀장은 “현장설명회 현금 납부로 사전에 입찰을 제한해 건설사들의 일반 경쟁 입찰을 무력화하고 조합은 부당한 이자 수익을 받는다”며 “정식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들은 사업 의지가 있는 건설사를 선별하기 위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이른바 간을 보기 위해 현장설명회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많으면 사업이 지연된다”며 “참여 의지와 자금 동원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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