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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DLS에 내재된 심리학적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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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가 금리 하락으로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의 예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는 연 4% 정도의 이자를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됐으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사실 이 상품에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파고들어 투자자를 유혹하는 많은 요소가 내재돼 있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마찬가지로, 적기는 하지만 이익을 얻을 확률은 매우 높은 반면 손실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손실이 엄청나게 큰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연리 4%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90%인 반면 원금 손실이 날 확률은 10% 정도로 낮다. 그러나 손실이 나면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투자자로서는 아주 작은 ‘꼬리위험(tail risk)’을 감수하는 대신 시장 이자율보다 좀 더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꼬리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홍수 보험을 든다거나, 당첨 확률이 극도로 낮은 복권을 매입하는 이유는 과대평가 성향 때문이다. 확률은 낮지만 손실은 피하고 싶고, 이익이 엄청난 것이라면 확률이 낮아도 투자하려 한다. 낮은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심리다. 그런데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심리학자 랄프 허트윅의 실험은 이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즉 인간에게는 꼬리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성향도 있다는 것이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때문이다.

인간은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확률을 다 계산해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어림짐작한다. 파생결합상품의 유혹이 바로 그렇다. 첫째, 대부분 투자자는 처음 이들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를 판매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주는 정보에 의존해 손실확률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이 제시하는 대로 손실이 일어날 확률을 실제보다 과소 추정하게 된다.

둘째, 처음 투자해 적더라도 이익을 보면 재투자하고 싶어진다. 이 이익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돼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이익을 경험하면서 사전에 갖고 있던 확률값을 무시하는 ‘기저율 무시(neglect of base rate)’ 현상이 더해지면서 꼬리위험을 더 과소추정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한 번 투자하면 손실을 볼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중독의 덫’에 걸릴 수 있다.

그래서 DLS는 개인투자자 같은 비전문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한 상품이다. 그러니 향후 분쟁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배상하게 될 경우 반복 투자자의 배상비율을 낮추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반복 투자를 통해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손실확률을 더 과소평가하게 돼 판단이 흐려질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반복 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자일 수도 있다.

이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는 것 역시 문제다. 파생결합상품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한다. 은행의 주 고객은 예금자다. 증권 고객에 비해 은행 고객은 대부분 위험회피 성향이 높고, 구매 시 비교하는 준거상품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 고객은 파생결합상품을 주식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과 비교하는 데 반해 은행 고객은 예금과 비교한다. 게다가 상품의 구조 자체가 얼핏 들으면 예금과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은행 이자를 기준으로 더 이득을 기대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기준점을 정하고 거기서 조정해서 판단하는 인간이 지닌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effect)’이 발현되면서 결국 이 상품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인간은 절대로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휴리스틱스 이론에 비춰볼 때 DLS는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다. 정부는 그런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했어야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 투자자들의 이런 심리적 한계를 고려해 보다 정밀한 보호와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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