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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특허에 쓴 돈만 20억…기술기업 입소문에 대기업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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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게 비트코인이다.”

2013년 초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던 한국인 개발자는 실리콘밸리 지인들을 통해 이런 얘기를 들었다. 비트코인이 뭐기에 다들 관심을 가질까 싶어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빠르게 매료됐다. 특별한 중개자 없이 개인 간(P2P) 거래가 가능한 수단이라는 점이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결과물이 나온 것은 2013년 10월이다. 시스코시스템즈 출신 다섯 명이 뭉쳐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코인플러그를 설립했다. 한국 블록체인업계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어준선 대표(사진)의 창업 스토리다.


최초 수식어 달린 기술 수두룩

코인플러그엔 ‘최초’ 수식어가 달린 기술이 수두룩하다. 2014년 선보인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가 대표적이다. 생각은 참신했지만 기대만큼의 수요는 없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 일반인을 겨냥한 다른 기술들도 쉽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어 대표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사업의 초점을 바꿨다. 타깃 고객도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으로 한정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인증이나 거래에 최적화된 수단”이라며 “대체 공인인증서와 같은 새로운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를 최대한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이 이 회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KB국민카드가 코인플러그의 블록체인 공인인증서를 채택하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란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금융사도 잇달아 손을 내밀었다.

코인플러그가 다른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다른 점은 특허다. 이 회사가 보유 중인 특허만 250건에 달한다. 글로벌 블록체인업체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어 대표가 창업 초기에 20억원 이상을 투입해 ‘특허 장벽’을 쌓은 것은 미국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미국 IT업체에서 일하면서 특허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지식재산권(IP) 문제로 법정싸움을 벌이다 파산한 기업이 수두룩했다는 게 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회사들을 설득할 때도 기술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특허를 제시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했다.

특허 경쟁력은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미래에셋, KB투자증권, SBI홀딩스 등이 코인플러그에 출자했다. 코인플러그가 유치한 투자액은 110억원에 달한다.

개인정보 연계 블록체인 개발

코인플러그는 올해도 꾸준히 기업 간(B2B) 거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10월께 SK텔레콤과 블록체인 기반 제증명 서비스를 내놓는다. 우정사업본부와는 일명 ‘우정페이’로 불리는 블록체인 간편결제를 구축한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부산시엔 블록체인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엔 자체 가상화폐 시스템도 선보였다. 3년간의 개발 끝에 지난 2월 탈중앙화 신원인증 플랫폼인 메타디움의 메인넷(독립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내놨다. 언제까지 B2B사업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어 대표의 설명이다.

메타디움은 일종의 모바일 신분증이다. 이 신분증을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개인이 결정한다.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정보의 통제권을 갖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기업은 정보를 조회하는 대가로 개인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메타디움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유럽에선 지난해 5월 기업의 개인정보 열람·보관·거래 방식을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발효됐다. 기업이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개인정보를 활용하면 고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어 대표는 “GDPR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규정이 제정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등 해외 국가에 메타디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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