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이틀 동안 열기로 합의했다. 장관 후보자의 ‘1박2일 청문회’는 2013년 11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후 약 6년 만이다. 청문회 개최 일자는 야당 요구대로 다음달 2~3일로 정해졌다. ‘조국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기싸움에서 야당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도 “충분히 소명해야”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2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열기로 야당과 합의했다”며 “조 후보자가 (본인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야당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여론이 급격히 증가하자 당내에서도 ‘충분한 의혹 해명과 장관 임명에 명분을 쌓기 위해선 야당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청문회를 여론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인사청문회법을 서로 다르게 해석해 1주일 넘게 청문회 개최 일자와 기간을 두고 대립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됐고, 소관 상임위(법사위)에는 16일에 넘어왔다. 청와대와 여당은 인사청문회법 제9조 1항의 ‘상임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인사청문회를 마치되’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16일로부터 15일 이내인 늦어도 오는 30일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국회 제출일인 14일로부터 20일 뒤에 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 2항은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는 문구를 댔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내달 2일이 청문회 개최 일자다.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뒤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며 “다음달 2일 이후 10일의 여유가 주어지기 때문에 내달 3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열어도 국회법 위반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당 1차 기싸움에서 승리
여야가 청문회 일정엔 합의했지만 난관이 남아 있다. 법사위는 27일 증인·참고인 범위를 정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송 의원은 “야당이 정치 공세로 보이는 증인 채택 요구도 있었던 만큼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을 모두 신청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참고인에 대해 일체의 거부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조국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의 1차 주도권 싸움에서 야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에서조차 ‘무리가 있다’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 주도의 24일 장외 집회가 ‘조국 청문 정국’과 맞물려 10만 명이 운집(한국당 추산)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악화한 여론에 이틀간의 청문회와 9월 초 청문회 등 내부적으로 원했던 요구 사항도 대부분 관철됐다. 한국당 내부에선 “‘조국 호재’에 추석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분위기다.
장관급 후보자의 1박2일 청문회는 이제까지 여섯 차례 있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보자와 유시민 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이틀씩 열렸다. 19대 국회에서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네 차례였다. 다만 자료 제출 등을 둘러싼 갈등이나 소명 부족으로 청문회 당일에 하루 연장을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흘’ 청문회는 주로 국무총리 지명자와 대법관 후보자들이 거쳤다. 이례적인 ‘1박2일 청문회’ 결정에 여권 지도부는 크게 반발했다. 이날 합의 후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간 청문회를 하자는 야당 제안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얘기해왔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청문회 일정을 두고) 번복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여야 간사 합의 수용 여부를 27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강 수석은 “9월 3일은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 추가 송부기간으로 지정할 때만 법적 효력을 갖는 날”이라며 “대통령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을 국회에서 ‘정치적 합의’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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