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마다 사업 내용은 다양하다. 기존 제품을 개량해 더 싸고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경북 포항시의 이스온과 경기 화성시의 코베리는 후자에 속한다. 두 명의 기업인 모두 공고 및 공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스온은 고속작업에 따른 위험을 덜기 위해 승·하강식 폴을 사업화한 데 이어 드론스테이션을 개발 중이다. 코베리는 독창적인 리니어모터를 개발해 사업화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혹시 드론스테이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김응욱 이스온 사장(59)은 기자와 마주앉자마자 드론스테이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스온은 경북 포항시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보안업체다. 김 사장의 명함엔 ‘사장’이나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없다. 그 대신 ‘상상 리더’라는 타이틀이 있다. 그는 남들이 안 하는 분야에 도전해 이를 일궈내는 일을 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이스온이 미래 핵심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드론스테이션이다. 드론은 물건 배달에서 공중촬영 원격감시 등 사용처가 급속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비행시간이다. 배터리 용량에 제한이 있어 장시간 비행하기가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게 드론스테이션이다. 지상 10~20m의 높은 폴 위에 설치되는 드론스테이션은 일종의 드론 격납고다. 지붕을 여닫을 수 있어 비바람을 막아준다. 급속충전시설도 갖춘다. 드론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기능도 하게 된다. 이는 드론을 활용한 뒤 수거·충전 후 다시 필요한 장소로 갖고 다니며 사용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김 사장은 “이를 구현하려면 드론 이착륙제어시스템, 경량·방수형 지붕개폐기술, 급속무선충전기술, 5세대(5G) 통신 기술, 3차원 맵솔루션, 자율주행솔루션 등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드론스테이션은 내년 테스트를 마치고 2021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대우엔지니어링의 리비아 현장에서 근무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했다. 30대에 벤처기업을 창업했지만 40대 초반 도산이라는 쓴맛을 보고 수년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재기에 나선 것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재기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2014년 다시 창업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스온은 사다리나 사다리차가 필요 없는 승·하강식 폴인 ‘아트폴’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최고 30m 높이에 설치하는 CC(폐쇄회로)TV용으로 쓸 수있는 시스템이다. 지상에서 이를 조립 설치한 뒤 엘리베이터 원리로 높은 곳으로 올려 보낸다. 사람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 그는 “사람이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작업할 경우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고 작업 효율이 낮다”며 “더구나 요즘 직원들은 이런 극한작업을 꺼리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수리를 할 때도 CCTV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작업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특허를 갖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감시카메라는 물론 조명타워, 무선기지국, 무선중계장치 등 다양한 용도로도 쓸 수 있다.
김 사장은 “해안감시를 할 때도 3~4m 안팎의 감시초소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과 10~20m 높이의 폴 위에 이를 설치하는 것은 감시 범위가 다르다”며 “휴전선과 해안 감시 등 많은 곳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반기술을 응용해 개발 중인 게 드론스테이션이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제품인 이동식 영상감시장치는 CCTV가 모노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무인 원격감시장치다. 공장이나 각종 작업현장에 설치해 위험 여부를 감시하는 장비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승강식 다목적폴’ ‘승·하강CCTV폴’을 비롯해 약 20건의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다. ‘IP 스타기업’과 지식재산 인증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방은 창업 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며 “벤처캐피털 접촉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지방에서 창업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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