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을 제치고 국내에서 월 사용자가 가장 많은 은행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지난달 초 가입자(계좌 개설 기준) 1000만 명을 넘긴 데 이은 겹경사다. 은행권에선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이 두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은행 치고 올라간 카뱅
22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사용자 수는 609만1216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금융권 모바일뱅킹 앱 사용자 수가 600만 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기존 강자’였던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한 칸씩 뒤로 밀렸다. 줄곧 수위를 달리던 ‘스타뱅크’(국민은행)는 2위(586만4064명)로 한 계단 하락했다. ‘NH스마트뱅크’(농협은행)는 567만3442명으로 3위, ‘쏠’(신한은행)은 515만6501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기준 카카오뱅크를 설치한 모바일기기 수도 881만 대에 달했다. 이 역시 은행 모바일 앱 중 1위다. 그다음으로는 스타뱅킹(807만 대), NH스마트뱅킹(760만 대) 순이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앱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누구나 편하게 설치하고 이용하는 것 같다”며 “간편이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무료 등 혜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가입자 10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연 행사가 ‘존재감 굳히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천만위크’라는 이름으로 연 5%(1년 만기)짜리 정기예금을 100억원 한도로 판매했다. 적금에 신규로 가입하면 이자를 두 배 주는 행사도 열었다. 정기예금은 서버 폭주로 인한 접속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순위 경쟁 치열
은행권에선 모바일 앱 생태계가 카카오뱅크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 위기감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편의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 앱을 개편하는가 하면, 모바일 전용 적금이나 신용대출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모바일 신용대출 시스템을 개편해 일명 ‘3분 컵라면 대출’이란 상품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주사위 게임에서 높은 레벨에 오를수록 우대금리를 붙여주는 ‘쏠 플레이 적금’을 무기로 내놨다.
카카오뱅크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마케팅을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기존 은행 앱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면서 카카오뱅크를 곁다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앱 사용자 10명 중 3명은 카카오뱅크를 중복으로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하나원큐’ 이용자의 33.3%, 우리은행 ‘원터치개인뱅킹’ 이용자의 32.7%, 기업은행 ‘아이원뱅크’ 이용자의 32.6%가 카카오뱅크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전히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는 큰돈은 기존 은행에 넣어두고, 소액만 카카오뱅크를 통해 송금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2인자 지위’에서 벗어나는 게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모바일에서 가장 먼저 찾는 ‘0순위’ 은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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