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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富의 재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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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다. 지표도 나쁘지만 체감 경기가 그렇다. 원청업체가 발주 물량을 줄인다. 옆집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손님이 넘치던 상가가 한적하다. 이런 분위기가 기업으로 번져가면 경제침체, 불황 얘기가 나오게 된다.

최근엔 경제위기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위기가 모두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같은 10억원 자산가라 해도 부동산에 묶여 있는 사람과 현금 10억원을 들고 있는 경우는 시장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다르다. 집값이 떨어질수록 크게 웃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 금모으기까지 했던 1990년대 말 경제위기와 금맥을 발견한 듯 달려왔던 글로벌 큰손들의 음흉한 미소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위기 속에서 기회에 주목해야

부의 재편은 주로 위기 때 일어난다. 돈 잘 벌던 회사가 문을 닫는 반면 새로운 부자들이 혜성처럼 나타난다. 외환위기 이후 재계에 얼굴을 내민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 배달의민족 같은 회사들이 지금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기술 변동과 겹치면서 국내에서도 이미 부의 재편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상파TV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이 혼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1인 방송이 대거 등장했다. 급기야 정부가 ‘유튜브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이마트가 2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는 뉴스는 유통시장의 온·오프라인 재편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기는 누군가에겐 엄청난 기회일 수 있다. 이런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위기 대응은 패턴이 뻔하다. 일단 허리띠를 졸라맨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비까지 동결하는 회사도 많다. 수년간 수십조원을 벌어놓은 글로벌 대기업이나 이제 막 시작한 벤처나 마찬가지다.

위험 감수(risk-taking)의 용기가 필요한 곳이 바로 여기다. 작은 기업일수록, 가진 것이 없는 회사일수록 위기를 지렛대 삼아 도약할 꿈을 꿔야 한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다. 초기 벤처에 투자하는 엔젤자금이 몰려다니는 시기가 이때다. 일부 상장사는 ‘재료’가 될 만한 아이디어를 인수합병(M&A)하려고 괜찮은 아이템을 찾는 데 혈안이 된다.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치기 직전에 다음 사이클을 대비한 투자가 몰린다는 얘기다. 벤처라면 상장해서 100배, 1000배로 ‘튀길’ 생각을 해야 옳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다는 각오가 그래서 필요하다.

시장 뒤엎는 새로운 도전 필요

<리스크>를 쓴 투자전문가 피터 번스타인(1919~2009)은 “대공황 때 새로운 부자들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모두가 움츠려 있을 때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에게 훨씬 기회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인류경제 성장사를 보면 폭발적인 고성장이 가능해진 것은 1800년대 이후다. 그 동인(動因)은 산업혁명, 주식회사의 등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리스크(risk)를 인류가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예언가나 점쟁이들의 어두운 영역이었던 미래 예측이 확률론 등 수학과 과학기술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관리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위험하므로 피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만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위험 감수를 택한 개인과 기업이 수십 배, 수백 배 성장을 기록하면서 인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적 고성장을 이룬 것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사업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믿는 기업은 새로운 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작은 기업은 도전해야 하고, 큰 기업은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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