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14일(04: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영풍의 주가가 9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나 오염물질 배출 혐의에 휘말리면서 회사 개별재무제표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제련사업을 통째로 중단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의 주가는 전날 2000원(0.33%) 오른 6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경부가 ‘조업정지 120일’ 처분을 통지한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4월의 최고가 84만8000원과 비교해 3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12일에는 60만1000원으로 2010년 8월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제련소의 폐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처리시설의 부적정 운영 등 여섯 가지 법률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경북도는 해당 법률 위반을 이유로 ‘12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풍은 다음달 하순 열리는 청문회에 희망을 걸고 ‘관련 법 위반이 없었다’고 해명할 계획이지만, 상황은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문회에 앞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서, 상습적으로 환경법을 위반해왔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환경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2016년부터 3년간 1868건의 대기측정기록부를 허위로 발급받았다. 환경부는 관련 임원을 기소의견으로 대구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 사례는 최근 1년반 사이에만 세 번째다. 경북도는 작년 2월에도 석포제련소의 폐수 배출 혐의를 확인하고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1970년 공장 가동 이래 첫 조업정지 처분이었다. 영풍은 처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측은 화학공정 특성상 조업정지 시 공장을 1년 이상 멈춰야 해 영업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동 중단을 위한 절차, 재가동 시험 등에만 각각 6개월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풍 관계자는 “사업 자체를 접는 것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조업정지 사태를 맞더라도 영풍 주가의 폭락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최근 시가총액이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이미 자산가치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와 있어서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보유 지분가치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영풍은 종속회사들을 통해 전자부품, 농업, 서점 등 사업도 벌이고 있다. 작년 연결 매출액은 2조9700억원이다.
오너 일가 관점에선 최근 주가하락은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 부담을 다소 낮추는 효과를 내기도 냈다. 고(故) 장병희 창업주의 아들인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달 1일 서린상사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주식 19만여 주를 주당 70만원, 총 1336억원에 전량 인수했다. 지분율은 1.1%에서 11.5%로 불어났다. 영풍은 이 거래로 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없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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