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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계획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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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총 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하는 강남의 초대형 재건축 단지다. 기존 5층 이하, 2120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5338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2017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뒤 구청에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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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임시 감정평가 결과를 보고 조합원 분양 신청을 했고, 그 후 최종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다”며 “전용 115㎡대를 신청한 ‘1+1 분양’ 조합원들이 최종 감정평가 결과를 보고 135㎡대를 달라고 요구하니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처분인가가 무효화되면서 이주 등 조합의 향후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조합은 지난 6월 총회를 열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철거와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됨에 따라 이런 절차를 밟기 어려워졌다. 가구별 종전 평가금액별로 이주비 대출 40%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대출을 실행할 은행은 이를 확정하지 못했다. 반포 인근 A은행 대출담당 관계자는 “조합 측과 이주비 대출 관련 협의는 완료했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소유권 등기 이전 청구 소송 등의 변수가 있어 아직 실행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이주 개시 한 달 전쯤에 승인 여부를 최종 결론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LH와의 소송도 변수
전문가들은 2심과 3심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일반분양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리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을뿐더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을 수 없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HUG의 이주비 보증과 금융권 대출이 안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주는 물론 선분양도 어렵다”며 “최소 2심 판결에서 이긴 후에나 추가 진행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예상했다. 2017년 말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대법원이 신청 행위를 무효로 판단하면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합원과의 소송이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소송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단지는 LH와 단지 한복판에 있는 땅(대지면적 2만687㎡)을 두고 소유권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땅의 감정가는 2017년 감정가 기준 7800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조합과 비대위 측 갈등으로 시공사 선정총회 결의 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도 악재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HUG의 분양보증 심사보다 분양가격이 더 깎일 가능성이 높다. 이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을 때 전용 84㎡ 기준으로 일반 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보다 3억원 높게 책정했다. 조합원 분양가는 14억9500만원(3.3㎡당 4390만원), 일반 분양가는 17억9400만원(3.3㎡당 5276만원)이었다. 하지만 일반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으로 제한하면 조합원 분양가가 오히려 10%가량 비싸진다. 주변시세가 3.3㎡당 9000만원을 넘는 데다 일반분양 가구수도 1567가구로 많아 조합원 손실이 클 전망이다.
윤아영/이유정/양길성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