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이 14일(현지시간)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담긴 새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대통령 선거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게 완패한 마크리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 취임 이후 3년간 이어온 긴축정책을 버리고 국민에게 당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리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 부양책에는 소득세 인하, 최저임금 인상, 복지 보조금 확대, 유가 동결 등이 포함됐다.
마크리 대통령은 우선 근로자들의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종전보다 20% 높이기로 했다. 또 현재 월 1만2500페소(약 26만원) 수준인 최저임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유가는 향후 90일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보조금과 학자금 보조 등을 늘리고, 공무원과 군인들에겐 이달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10월 말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예비선거 이후 증시와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대혼돈을 겪자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나온 조치다. 지난 11일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마크리 대통령을 15%포인트 이상 앞서자 시장에선 아르헨티나가 4년 만에 좌파 포퓰리즘 정권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마크리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경제 대책 역시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평가다. 마크리 대통령은 오랜 긴축정책 때문에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판단해 다시 돈 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기업인 출신에 친(親)시장주의자인 마크리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12년간 좌파 정권이 보인 포퓰리즘 행보를 비판하며 공공요금 인상, 보조금 삭감 등 긴축정책을 폈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물가와 환율이 치솟자 민심이 돌아섰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날 “지나친 긴축정책이 아르헨티나 국민에겐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산을 오르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이라며 경제정책 실책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 메르발지수는 전일 대비 1.4% 하락 마감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도 7% 이상 추가 하락해 페소·달러 환율은 60페소를 넘어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