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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스트’ 이성민, “연기 힘들어 매일 밤 디톡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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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6월26일 개봉작 ‘비스트’ 한수 役

악마는 거래를 좋아한다. 소원성취의 대가로 영혼을 건네라는 식이다. 하지만 정말 악마가 있을까. 혹 인간은 그 내면의 짐승(비스트)을 ‘악마’로 구체화시킨 것이 아닐까.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에도 악마와 짐승은 같이 등장한다. 형사 한수(이성민)는 살인 방조의 대가로 타 살인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받는다. 살인으로 살인을 쫓는 형국이다. 결국 악마에게 영혼을 판 주인공은 끝내 한 마리 짐승이 되고 만다.

짐승은 한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성민(50)은 극 중 짐승의 난립에 만족을 표시했다. 멋스러운 수염이 시선을 끌었다. “등장인물이 저마다 ‘내가 비스트’를 외치는 듯했어요. 포스터에 ‘누가 진짜 괴물인가?’란 문구가 있는데, 영화를 보며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그대로 구현됐구나’란 생각을 했죠.”

한수의 그릇된 선택은 연쇄 작용 끝에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몽을 안긴다. 그 추락을 보조하는 것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어둡고 또 탁한 공기로, 영화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비스트’까지 그간 이정호 감독은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을 강조하는 데 그 강점을 보여 왔다. 이성민은 “사람 이성민이 피폐해지는 경험을 했다”며, “촬영이 끝나면 디톡스를 위해 늘 숙소까지 걸어 다니며 그 피폐함을 털어 냈다”고 말했다.

이정호 감독 작품이기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수라’ 같은 영화였다”며,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가 원작으로, 감독은 원작의 해체 및 재조립으로 한국화를 꾀했다. “원작은 안 봤어요. 어차피 제가 할 영화는 그 영화가 아니고 감독님의 각색이니까요.”

그래서 ‘비스트’에는 느닷없이 영화 ‘세븐’이 등장한다. 이성민의 절규는 배우 브래드 피트의 그것보다 더 처절하다. “온몸이 마비되는 연기라니.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은 저 보고 알아서 하라고만 하셨고요, 하하. 그래서 그냥 했어요. 정말 계산도 안 되고 상상도 안 되는 신이었죠. 처음엔 눈알만 움직일 뿐 인상은 안 쓰려 했어요. 마비가 왔으니까요. 근데 연기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금씩 쓰게 되더라고요, 얼굴 근육을.”

강력반 라이벌 민태 역을 맡은 유재명과의 호흡이 볼만하다. 언론시사회에서 유재명은 이성민과 칼끝을 대봤더니 묵직함이 느껴졌다고 대가의 오라를 공유했다. 이성민은 “연기해 보면 그런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면서, “난 사인을 보냈는데, 반대쪽에서 리액션이 안 와 아쉬울 때도 있다”고 했다. “유재명 씨랑은 시그널을 잘 주고받았어요. 짜릿짜릿했죠. ‘공작’에서 황정민 씨랑 연기할 때도 그랬고요. (기자-구강 액션 말이군요.) 네, 하하. 그땐 둘 다 숨을 안 쉬는 것처럼 연기했어요. ‘오 선수인데?’가 절로 들었죠. (기자-속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럼요. 그런 말은 절대 밖으로 안 내뱉죠. ‘고수군’ 하고 마는 거죠.”

대구 무대에서 10여 년간 연기력을 다졌다. 이후 이성민은 서울로 상경, 극단 차이무에 입단해 수십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그 이름을 알렸다. 더 나이가 들면 처음 연극을 시작한 경북 영주에 있는 극단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다.

이성민은 “돌이켜 보면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그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을 꿈으로 여긴 듯하다”며, “지난해 ‘공작’으로 여러 상을 받은 뒤 세상에 이성민이란 배우의 흔적 하나 정도는 남겼다는 생각에 그 꿈을 이뤘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했다. “가계가 어려울 때 연극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돌아갈 곳이 없어서였어요. 좋아서 시작했지만 그만두고 싶을 때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더라고요. 30대 초반? 20대 후반 정도의 일입니다. 서울에는 서른다섯쯤 올라왔고 제 연기로 월세 걱정 안 하기 시작한 건 마흔이 넘어서였어요. ‘배우가 내 업(業)이구나’란 생각을 그때 처음 했습니다.”

‘로봇 소리’로 시작해 지난해 ‘공작’과 ‘목격자’의 흥행으로 이제는 어엿한 ‘흥행 배우’가 된 이성민은, 세간이 그에게 붙인 ‘여름의 남자’란 수식어에 관해 “말도 안 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역할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스트레스가 커요. 물론 여유도 있어요. 발버둥친다고 이미 찍어 놓은 영화가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흥행은 여러 사람의 노력의 대가고 우리가 확신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많은 분들께서 같이 공감하고 즐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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