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수가 기권해 출전 기회를 잡은 ‘대기 선수’ 네이트 래슐리(36·미국·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생애 첫승을 올리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GC(72·7334야드)에서 열린 로켓모기지클래식(총상금 730만달러)에서다.
래슐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로 2위 닥 레드먼(미국)을 6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키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세계 랭킹 353위인 그는 당초 이 대회 156명의 출전자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대기 1순위였다가 개막을 이틀 앞두고 데이비드 버가니오(미국)가 기권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아 우승까지 내닫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열린 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는 대기 명단에 있었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래슐리는 2005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생계를 위해 한때 부동산 중개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2015년 다시 클럽을 잡은 그는 PGA투어 3부 라틴아메리카에서 3승, 2부 웹닷컴투어에서 1승을 거둔 뒤 지난 시즌 성적 우수자 자격으로 1부 투어에 정식으로 입성했다. 그는 “이제 일자리 걱정은 안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에게 잘 말하지 않는 아픔이 있다. 15년 전 대학 시절 자신의 골프 경기를 본 뒤 집으로 향하던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모두 잃었다. 3년간 그는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꿈을 이룬 그의 목소리는 떨렸으나 담담했다. 그는 “부모님이 없었다면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당시의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오늘 하루를 내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고도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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