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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창작자 윤종신이 사명(社名)까지 바꾼 이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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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윤종신이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영화 ‘페르소나(감독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의 제작보고회가 3월2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윤종신, 이지은(아이유), 임필성 감독, 전고운 감독, 김종관 감독이 참석했다.

‘페르소나’는 단편 영화계 원조 슈퍼스타 임필성 감독, 독특한 감각과 탁월한 연출력의 이경미 감독, 일상의 미학을 포착하는 김종관 감독, ‘소공녀’로 신인감독상을 휩쓴 전고운 감독이 각각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다. 윤종신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또한 ‘페르소나’는 그가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의 첫 제작 영화다.

윤종신은 그의 철학 ‘노래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어느 날 그 이야기가 궁금해 단편 영화를 몇 편 봤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님들의 단편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견했다”며, “회의 중 ‘여러 감독과 한 배우’ 아이디어가 나왔고 조영철 (미스틱스토리) 대표를 통해 이지은 양 캐스팅까지 이어졌다”고 제작 배경을 소개했다.


‘페르소나’에서 이지은은 무려 네 가지 모습을 선보인다. 이날 그는 “솔직히 말하면 제작보고회까지 가질 정도로 큰 프로젝트가 될진 몰랐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와 관련 이번 행사는 홍보사 측이 준비한 프레스 키트가 동이 날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몰려 배우 이지은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공(空)으로 실감케 했다. “신선하고 참 영광스러운 시도”라는 말로 출연 이유를 설명한 이지은은, “감독님 네 분께서 나를 다각도로 해석해주신 네 캐릭터를 단기간 안에 연기해야 했다”며, “그 도전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을 대화가 통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창작에 있어 어떤 터치도 없이 그 방향성을 창작자에게 맡겨줬다”고 자율성을 강조했다. 임필성 감독은 이지은에 관해 “감성과 이성의 밸런스가 좋았다”며,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아티스트가 본인을 내려놓았을 때를 언급했다. 그는 “어려운 연기를 할 때 진공 상태가 느껴지더라. 그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아니더라”고 주연 배우를 칭찬했다.


테니스 코트 위 두 여자의 승부를 담은 ‘러브 세트(감독 이경미)’, 모든 걸 바칠 만큼 매혹적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썩지 않게 아주 오래(감독 임필성)’, 키스 마크 때문에 집에 갇힌 친구를 구출하는 내용의 ‘키스가 죄(감독 전고운)’, 이별한 연인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밤 산책을 다룬 ‘밤을 걷다(감독 김종관)’를 오직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다시 말해 ‘페르소나’는 영화관을 찾은 관객 대신, 최저 월 9500원에서 최고 월 1만 4500원의 구독료를 내는 ‘시청자’에게 한정된 스트리밍 영화다.

이날 그 자신을 “뒤편에 서있는” 문화 기획자로 소개한 윤종신은, 창작자로서 그가 느껴온 허무를 시작으로 왜 ‘페르소나’가 넷플릭스에서 상영되어야 하는가를 설파했다. 특히 윤종신은 지난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약 9년간 묵묵히 이어오고 있는, 보기 드문 부지런한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콘텐츠가 풀리는 과정에서 창작자나 제작사가 허무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영화는 3년을 준비해서 단 일주일 안에 승부가 난다. 음원은 몇 개월 준비해서 단 하루, 단 한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온다”며, “긴 고민과 긴 제작 기간에 비해 작품의 흥망성쇠가 너무 일찍 판단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콘텐츠의 너무 빠른 흥행과 절멸에 좌절한 윤종신. 결국 그의 시선은 OTT(Over the Top)로 향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르는 말. 그는 “세일즈 기간이 영원한 OTT 플랫폼으로 가길 원했다”며, “그곳에서 작품은 영원한 흥망성쇠를 가진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딜리버리 하는 시스템이기에 몇 년 뒤에도 ‘그 작품 봤어?’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창작자와 제작사가 작품 피드백을 길게 즐기길 바랐다”고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OTT에서는 가능함을 소개했다.

윤종신은 “개봉작은 영화가 개봉한 주에 단순한 평가와 함께 잊힌다. 내가 ‘방구석1열’을 하는 이유는 지난 영화 중 다시 봐야 할, 플랫폼에서 다시 소비되어야 할 영화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누가 돈을 많이 버는가를 떠나 (콘텐츠가 기간에 묶이지 않고 오랫동안 소비되는 방식이) 요즘 창작자의 큰 화두”라고 미디어의 영속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종신은 “내가 회사 이름을 미스틱스토리로 바꾸며 ‘우리 이야기 만들자. 오래도록 기억되는 콘텐츠의 권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되자’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회사명까지 바꾸게 했음을 알렸다. 이와 관련 22일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주주총회를 개최해 사명을 미스틱스토리(MYSTIC STORY)로 변경했다. 모든 콘텐츠는 ‘스토리(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회사의 방향성을 사명에 담았다는 전언.

윤종신은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기획자로서 ‘페르소나’의 성공 여부에 집착하기보다, 앞서 그가 언급한 ‘영원한 흥망성쇠’가 거짓부렁이 아니라는 듯 흥행 여부를 작품 공개일 대신 “가을 정도”에 듣고 싶다고 했다. 가수 윤종신으로서 “이 노래 몇 위까지 갔으면 좋겠어요?”를 질문 받기보다 “내년 내후년에도 이 노래 얘기를 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으면 해요”를 대답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일맥상통하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페르소나’는 4월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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