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싫어하는 하이테크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와 작별을 고하려는 것 같다. 그것은 중요한 일인가.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대(對)중국 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시장도 분명히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 자체가 주목받기는 했지만 그만큼 큰 위협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중 통상협상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려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정부가 공정한 거래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에 납득시켜야 한다.
정부 보조금 제대로 쓰이지 않아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할 때 하염없이 지체되는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설립 요건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게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신제품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 및 의료 사업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무조건 개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할리우드 영화 개봉 편수 제한도 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제조 2025’를 우려해야 할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 내 부품조달 비율 목표를 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중국수출입은행이 지원한 ‘중국 제조 2025’ 관련 대출은 7000억위안(약 1020억달러)에 달한다. 기타 정부기관 대출도 수백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영 통신사에 따르면 고급 로봇과 마이크로칩 이외에도 중국은 ‘제조 2025’를 통해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밥솥, 스마트 화장실 등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작 중국은 수많은 로봇을 생산하고 있지만 반드시 좋은 제품만을 생산하는 게 아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 로봇 제조회사의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은 2017년에 전년 대비 6%포인트 하락한 25%를 기록했다.
부실금융이 투자신뢰 떨어뜨려
동시에 중국은 이미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올해 261% 급증했다. 은행 대출의 대부분은 국유기업에 흘러들어가면서 생산성이 높은 민간기업들은 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허술한 로봇 공장이나 마이크로칩 공장에 더 많은 대출을 공급하는 것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중국 금융시스템에 큰 위협이다.
만일 중국 정부가 혁신기업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금융 개혁에 힘쓰지 않고, 문제 있는 채무의 위험에 경제를 빠뜨리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중국의 사정이다. 정작 투자자들이 미국 협상단에 원하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국 정부가 중국이 열려 있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나다니엘 태플린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The China 2025 Bugaboo’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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