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성능·안전품목 3박자 갖춰
-XC 라인업 판매 5년 새 600% 이상 성장
볼보자동차에게 있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SUV 열풍'은 큰 기회였다. 2016년 신형 XC90을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 2세대 XC60과 소형 SUV XC40을 잇따라 출시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SUV 라인업인 'XC 레인지'를 완성, 판매성장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까지 프리미엄으로 단번에 상승했기 때문이다.
XC 레인지의 판매는 눈부실 정도다. 올해 연말까지 지금의 인기가 이어진다면 지난 2013년과 비교했을 무려 6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국내에서의 돌풍은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1년 이상의 대기기간이 소요될 정도다. 전례 없는 시장 반응의 배경은 XC 레인지의 디자인 완성도와 주행성능, 첨단품목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상품성이다. 볼보의 현재이자 미래, 'XC 레인지'를 강원도 일대에서 만나봤다.
▲XC60, 무결점의 베스트셀러 SUV
2세대 XC60은 신규 플랫폼인 SPA를 기반으로 길이와 너비를 키운 반면 높이는 낮춰 역동적인 자세를 구현했다. 휠베이스는 90㎜ 늘려 실내공간을 넓혔다. 새 플랫폼 적용이 디자인 완성도와 실용성을 모두 높였다. 실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우드트림, 브라운 색상의 나파 가죽 소재를 적용한 시트 등 자연 친화적인 볼보만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충실히 구현했다.
시승차는 가솔린인 T6 인스크립션이다. 4기통 2.0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320마력, 최대 40.8kg·m의 성능을 낸다. 복합효율은 ℓ당 9.4㎞. XC90과 동일한 엔진으로, 수치만 봐도 성능이 넉넉하다. 한 체급 작은 XC60과 만나니 거동이 날랠 수밖에 없다. 초반 가속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까지 어떠한 스트레스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지만 요철의 충격을 충분히 상쇄해줘 장기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가벼워 여성 운전자에게도 조작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여기에 급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에서의 몸놀림은 SUV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실력이 출중하다. 내외관 디자인과 주행성능, 편의안전품목 등 경쟁제품과 비교해 단점을 찾기라 쉽지 않았다.
▲볼보 프리미엄의 서막, XC90
플래그십 2세대 XC90은 볼보차의 유산과 브랜드 철학을 고스한히 담은 차다. 기존 강점인 안전은 기본이며, 정체성을 뛰어넘는 럭셔리 SUV로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볼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이후 출시된 XC60과 XC40의 패밀리룩 성공안착에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승차는 4기통 2.0ℓ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D5다. 성능은 최고 235마력, 최대 48.9㎏·m다. 특히 압축공기를 탱크에 저장했다가 시동 직후나 가속 시 터보차저에 공급하는 '파워펄스' 기술을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터보랙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0→100㎞/h 도달시간은 7.8초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달리기 실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차급만 놓고 보면 거동에 대한 편견이 생길 법 하지만 발걸음을 떼보면 이와 정반대다. 최근 중형급 SUV에서 가솔린 제품군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특유의 초반 가속과 넉넉한 힘은 여전히 디젤 SUV를 따라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D5는 투박하지 않은 움직임으로 중형급 SUV에서 만큼은 왜 디젤의 선호도가 높은지를 여실히 입증한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세단을 지향한 느낌이고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어서 비교적 무게중심이 높은 차종인만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정숙성 역시 적극적인 NVH 대책으로 플래그십 SUV의 면모를 갖춘 점은 꽤나 인상적이다. 의전용 차로 쓰여도 충분한 요인일 될 수 있는 부분이다.
▲XC40, 멀티 컴팩트 SUV
XC40을 통해 볼보차는 컴팩트 SU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XC90과 XC60이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XC40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걱정이 혼재했지만 결과는 성공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차급에 맞게 볼보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냈으며 동급 차에서 따라올 수 없는 풍부한 편의 및 안전기능, 차급의 한계를 극복한 공간활용성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ℓ 터보인 T4다. 최고 190마력, 최대 30.6㎏·m의 힘을 내며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0.3㎞를 확보했다. 여기에 AWD를 기본 장착함으로써 소형 SUV임에도 도심 주행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온로드에서의 실력은 XC90와 XC60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꽤나 경쾌하고 다부지다. 일상주행에서는 충분한 힘이라는 판단이다. 조향도 비교적 가벼운 편이어서 누구나 쉽게 차체를 요리조리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포장 도로에서 오프로드 모드로 달려봤다. 정통 오프로더와 비교하면 무리지만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컴팩트한 차체를 안정적으로 잘 잡아준다. 한계를 인식하면 곧바로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해 주의를 준다. 소형 차급이지만 성능과 편의성 모든 부분에서 멀티 SUV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최신 편의 및 안전품목, 차급 가리지 않고 동일 탑재
시장에서 볼보 XC 라인업을 인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품목을 차급에 따라 차별 없이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 II'의 완성도는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떼더라도 차간 거리와 속도, 차로의 중심을 정확히 유지해 달린다. 정체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데 아무리 높은 속도로 질주해도 앞차와 가까워 지면 안정적으로 제동하며, 완전히 정차한 후에도 가속 페달에 답력을 주면 다시 활성화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자율주행 기능은 셈이다.
세계 최초의 긴급제동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는 "안전 우선"을 외치는 볼보차의 자랑이다. 앞차와 보행자, 자전거를 감지하는 기술 외에 대형 동물 감지기술과 교차로 추돌방지 시스템, 교차로 진입 시 반대편 차와의 추돌 위험을 감지 등의 기술 모두 담았다. 비상상황에서 '시티 세이프티'의 도움을 한번이라도 받은 경험이 있다면 볼보차를 재선택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신차의 상품성은 판매대수로 입증된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1년 가까운, 혹은 더 긴 시간의 대기 기간을 감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소형부터 풀사이즈 SUV까지 XC레인지는 기존 프리미엄 SUV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디자인과 실용성, 성능, 마지막으로 수 십년간 쌓아온 안전에 대한 믿음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정선=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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