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6월20일 ‘여중생A’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여중생A’는?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9/5)
‘여중생A(감독 이경섭)’는 네이버웹툰이 제작에 이름을 올린 영화입니다. 물론 단독 제작은 아닙니다. ‘파괴된 사나이’ ‘간첩’ 등을 만든 영화사울림과의 공동 제작이죠. 그간 네이버는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등을 지원해왔고, ‘당신을 위한 독립 영화관’이란 표어 아래 인디 영화 채널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 네이버가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가 네이버웹툰이에요. 네이버웹툰의 충무로 진입은 곧 네이버의 충무로 진입입니다.
영화 팬들은 웹툰에서 출발한 어떤 광풍 하나를 지난해 목격했죠. 누적 관객수 약 1441만 명을 기록한 ‘신과함께-죄와 벌’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작품의 원작은 주호민 작가가 그린 웹툰 ‘신과함께’입니다. 연재처는 네이버웹툰이었죠. 어쩌면 ‘여중생A’는 네이버가 미래의 ‘큰물’을 준비하는 예쁜 소품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미래(김환희)의 취미는 윈도우 98에서 구동되는 온라인 게임 ‘원더링 월드’입니다. 게임 속 모닥불에 온기를 체감하는 미래는, 현실의 외톨이예요. 학교에서 그는 홀로 점심을 먹습니다. 체육 시간엔 친구 대신 선생님과 스트레칭을 하고요. 여자로서 가장 창피한 순간에도 급우들은 돕기는커녕 “뭐야? 왜 나한테 그래?” 하며 미래를 벌레 보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쉼터가 되어야 할 집은 “죽었으면 좋겠”는 아빠가 있는 곳입니다. 왕따, 가정 폭력 등 여중생이 안을 수 있는 모든 사회적 폭력을 그 여린 몸으로 안고 있는 미래의 특기는 글쓰기입니다. 글을 얼마나 잘 쓰느냐면 대상 말고 일부러 다른 상을 받을 정도예요. 미래의 소설서 그는 이름을 잊어버린 새입니다. 몇몇 작가는 그의 자아를 극중 인물에게 투영하곤 합니다. 이름을 잊어버린 미래는 과연 그의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영화 ‘여중생A’의 원작은 2015년 2월부터 2년 뒤 6월까지 연재된 웹툰 ‘여중생A’입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점은 영화가 영화로써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의미의 탈을 쓰고 있는 재희(김준면)에 더 많은 해설이 필요한 건 맞아요. 재희를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란 점에서 3월 개봉작 ‘치즈인더트랩’ 속 유정이 떠오르곤 합니다. ‘치즈인더트랩’ 역시 웹툰 원작 영화란 점에서 둘을 비교하자면 ‘여중생A’는 앞서 언급했듯 영화만 봐도 이해가 가능한 작품입니다. 후자는 아니었고요.
소년의 성장은 클리셰를 벗어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파하고, 아물다가, 다시 다치고, 완전히 아물죠. 그럼에도 114분 동안 객석을 꾸준히 지킨다면 누구든 미래와 백합(정다빈)의 성장에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점은 ‘여중생A’의 강점입니다. 원작의 재현은 소재의 재현에 그쳐야 해요. 원작의 연장이 되는 순간 영화는 일개 부속품으로 전락합니다.
‘여중생A’ 언론시사회 후 기자는 기사를 통해 ‘왜 아이의 성장은 늘 아픔에서 비롯돼야만 할까?’라고 물음을 건넸습니다. 미래가 당하는 아픔은 당연히 극중 장치에 불과합니다. 관객의 감정 이입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질문의 바탕이니까요. 그럼에도 머리에 우유를 맞는 등 물리적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는 미래의 모습은 2018년을 사는 어떤 학생의 현실이자 미래(未來)예요.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여중생A’의 약점이자 특징입니다.
영화 관람이 레저 활동으로 구체화되는 한 여름 개봉작의 코드가 ‘위로’라는 것은, 남주인공 역에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를 채워 넣는 것만으론 극복하기 힘든 약점입니다. 재희를 연기한 엑소 김준면(예명 수호)의 도전은 미처 100%를 채우지 못한 듯 보여 아쉬움을 불러 모으죠. 재희는 미래만큼 상처가 깊은 인물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4차원 성격의 소유자’란 인물 소개에 매몰된 그의 연기는 김환희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2016년의 문제작 ‘곡성(哭聲)’의 ‘뭣이 중헌디’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곡성’ 촬영 때보다 약 20cm가량 키가 컸다는 김환희는, ‘여중생A’에서 커진 신장(身長)만큼이나 깊어진 연기를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양윤호 감독의 일화 하나가 생각납니다. 그는 인상 깊은 배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래원을 언급했죠. 신인 가운데 홀로 기성 연기자의 연기를 하는 그를 어쩔 수 없이 캐스팅에서 제외시켰다는 감독의 말은 김환희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발재간이 예사롭지 않은 배우는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한껏 힘을 실어 찬 공으로 상대편 그물을 흔듭니다.
김환희만의 공(功)은 아닙니다. 작품이 가진 판타지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경섭 감독의 연출도 주목할 구석이 있어요. 실사로 표현한 온라인 게임 세계, 미래가 연극과도 같은 순간에 속내를 드러내는 신 등은 감독의 의도처럼 리얼리즘의 세계를 순간 미래가 쓴 동화로 바꾸는 마법을 부립니다. 한없이 우울한 이야기를 마카롱으로 만들어주죠.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혹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여중생A’의 A는 그 인정을 뜻하는 알파벳이죠. 모르겠습니다. 왕따 혹은 그 시절 ‘이지메’가 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어요. 인정은 곧 공감이고, 공감은 곧 배려죠. 더불어 아직 인격이 미성숙한 중고등학교 시절은 타인 역시 공감과 배려를 원한다는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고요. 하지만 미성숙이 모든 악의 근원은 될 수 없습니다.
성장도 좋고, 고난 끝에 웃는 여중생A의 행복한 모습도 보기 좋아요. 하지만 부디 미래의 경우가 영화적 소재로 사용되는 경운 더는 없으면 합니다. 이건 통일을 바라면서 북을 악으로 그리는 영화를 그만 보고 싶다고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통일은 멀어요. 하지만 미래는 가깝죠. 우리의 과거 및 현재 그리고 어린이의 미래가 곧 미래 아닌가요.
(사진제공: 롯데시네마아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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