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인터뷰] ‘독전’ 조진웅, “행복한 공허함 느낀다면 ‘우쭈쭈’ 해주고 싶어”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임현주 기자] 5월18일 조진웅을 만났다.

2016년 ‘시그널’을 통해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이재한을 연기했던 조진웅. 2018년 ‘독전(감독 이해영)’으로 그가 또 한 번 형사의 옷을 입고 관객 앞에 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중국 마약 거물이 됐다가 범죄 조직의 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독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더 독해진 형사 원호이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이 다 어려웠지만 이번 작품 역시 어려웠어요. 원호에게 형사라는 것은 하나의 잠바 같은 오브제예요. 형사라는 틀을 갖추기만 한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마약수사대 팀에 있을 때만 그가 형사라고 느껴졌어요. 나머지는 원호라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원호가 이선생을 쫓아가는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말해요.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왜 영화를 하지’하는 지점까지 갔으니까. 영화가 질문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독전’은 의문의 폭발사고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사고로 원호는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을 만나 실체 없는 거물 이선생을 뒤쫓으며 독한 원호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을 찍는 도중에 실제로 코로 소금을 들이마시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일반 사람들이 마약을 흡입하든 주사를 맞든 그 정도의 양을 마시면 치사량이래요. 그러면 관건은 뭐냐? 죽기 직전까지 가야 하는 거죠.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괴로웠어요. 그렇게 촬영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더라고요. 그러니 어떡해요 마셔야죠. 바닷물 속 거꾸로 있는 느낌이었어요. 머릿속에 들어간 입자들이 나와야하는데 안 나오는 그 기분 정말 별로였어요. 근데 거울로 눈을 보니 붉게 변해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바로 단독 가자고 했죠. 그 신은 죽기직전까지 연기했어요.”


목숨을 내 놓을 정도로 원호를 리얼하게 만들고 싶었던 조진웅. 그렇기에 ‘독전’이라는 작품을 그냥 좋았다고 말하기는 억울하단다. “‘너 여기까지 왜왔어? 연극하다가 배우 되려고 작품들 찍으며... 독전까지 왜 왔어?’ 범죄 상업영화인 이 영화가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처음이었어요. 많은 단어들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말로 설명을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괘씸하기도 하지만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질 때인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독전’이 그냥 지나치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더 살아봐야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라운드 인터뷰가 끝났다는 것도 억울해요. 더 하소연하고 할 말들이 많은데...”

조진웅의 눈가에 고인 눈물들이 ‘독전’을 찍으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대변했다. “연기라고 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당신의 연기는 별로야’라고 한다면 ‘네가 살아가는 게 별로야’ 의미로 느껴지거든요. 발가벗고 치부를 드러내어서 표현을 하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그것을 감독과는 공유하는 거죠. 연기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원호를 연기를 하라’면 기술자기 때문에 연기를 해내겠죠. 그것을 최초로 보는 것은 감독님이고 나의 이데아를 열지 않으면 교감하기 힘들겠죠. 어떻게 보면 부모 형제와 더 가까운 사이일 수 있어요. 이해영 감독님이었기에 ‘독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5월1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기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많았다는 말을 들은 조진웅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작년에 했던 작업이 헛되지 않았다는 기분에서란다. 듬직한 체구와 다르게 연두부같은 여린 감성을 가진 배우였다. 예비 관객에게 ‘독전’은 어떤 영화가 되었으면 싶을까.

“‘대장 김창수’때는 관객들에게 바라는 목적이 있었어요. 꼭 가져가야할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으니까. ‘독전’은 그렇지 않아요. 영화를 보신 이상 그 이후부터 관객들의 것이 되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 남아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영화를 곱씹어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런 관객은 ‘우쭈쭈’ 해주고 싶어요. 굉장히 행복한 공허함이 생기면 좋겠어요. 제가 그 감정을 느끼고 있거든요.”

한편, 영화 ‘독전’은 5월22일 대개봉한다.(사진제공: NEW)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