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어링 휠, 배터리 상태, 속도, 경사로 기울기 등 조건 많아
차가 멈추면 엔진도 꺼졌다가 출발 전 다시 작동하는 'ISG(Idle Stop&Go)' 시스템은 1990년대 초반 독일 폭스바겐이 처음 적용했다. 하지만 엔진 멈춤은 쉬워도 다시 출발하기 위한 재 작동에 시간이 걸리고, 이 때 진동과 떨림이 커서 달리 주목받지는 못했다. 분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었지만 생소했던 데다 주행 질감이 떨어졌던 탓이다.
그랬던 ISG가 최근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에는 기본 기능에 포함되고,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차에서도 필요한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중이다. 그만큼 사용의 편리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엔진이 다시 점화되는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진동소음이 크게 줄어든 데다 운전자가 ISG 기능의 활성화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ISG는 지난 2011년부터 효율이 중요한 차종에 채택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반자동 ISG 시스템으로 수동변속기 ISG와 비슷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 'D(주행)'에서 'N(중립)'으로 레버를 옮기면 시동이 꺼졌다. 출발하려면 역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시프트 레버를 'N'에서 'D'로 옮겼다. 이른바 '기본형 ISG'다. 이후 변속레버 위치와 관계없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속도가 ‘0’이 되면 엔진이 꺼지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피스톤이 다시 움직이는 '고급형 ISG'가 등장했다.
미국 EPA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에너지효율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도심의 경우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만 17%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약 승용차 한 대가 하루 10분 동안 공회전을 하지 않으면 휘발유 기준으로 연간 9만4,000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배출가스다. 자동차가 공회전 할 때 배출가스 온도는 섭씨 200-300도 가량이다. 이 경우 배출가스 정화장치인 삼원촉매장치 효율이 10% 이하로 떨어져 주행 때보다 일산화탄소는 6.5배, 탄화수소는 2.5배 더 많이 뿜어져 나온다. 윤활유의 유막 형성 기능도 떨어져 엔진오일 수명이 최대 75%까지 감소하고, 점화플러그와 실린더 벽에 기름때를 형성해 엔진 손상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이유로 ISG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IMS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ISG 적용 비중이 15%에 이르고, 유럽은 20%, 일본은 18% 가량이다.
궁금한 것은 ISG의 작동 조건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ISG 작동 조건은 꽤 복잡하다. 먼저 운전석 안전띠 착용이 확인되고, 운전석 도어(엔진 후드 포함)가 닫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부압이 적절해야 하고, 배터리 센서도 활성화 돼야 한다. 그래야 배터리 충전상태 및 배터리 액의 온도를 자동차 스스로 확인해 작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바깥 온도가 –10℃~35℃일 때, 속도가 8㎞/h를 넘은 후 다시 정지할 때, 히터 및 에어컨 시스템 조건이 만족 됐을 때, 키(Key)로 시동을 건 후 냉각수 온도가 20℃ 이상일 때, ISG 시스템 관련 부품에 문제가 없을 때, 도로 경사로가 완만할 때, DPF(배출가스 후처리 장치) 비재생 구간일 때, 스티어링 휠(조향 핸들)을 180° 미만으로 돌린 후 정차할 때 등이다. 단순하게 멈추면 시동이 꺼지고, 주행할 때 다시 작동되는 것 같지만 이를 위해 꽤 다양한 조건을 넣어 놓은 셈이다.
물론 일부에선 잦은 꺼짐과 재시동이 오히려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재시동에 평균 1.85㏄의 연료가 소모되는 만큼 실제 절감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근에는 IT와 결합된 지능형 ISG가 주목받는다. 주행 중 신호에 걸리면 신호등과의 통신으로 정차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이 때 시동을 끄는 게 나은 지, 아니면 멈추지 않는 게 효율적인지 자동차가 판단해 ISG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ISG도 단순기술에서 복합 및 융합기술로 전환되는 중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