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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한국영화③] 변화의 북한 그리고 불변의 근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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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2018년 무술년에도 한국 영화 돌아보기는 계속된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눈길 닿은 첫 주제. ‘박스오피스 순위’였다. 알고 있는가? 2017년 ‘천만 영화’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뿐이란 것을. ‘강철비(감독 양우석)’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감독 장준환)’의 12월 흥행 혈투 역시 기사 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한 해를 빛낸 배우’도 좋은 주제였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와 ‘부라더(감독 장유정)’를 통해 배우 마동석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주연작을 세 편이나 개봉한 배우도 다수였다. 설경구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을 통해 3전 2승을 거뒀다. ‘미담 제조기’ 강하늘은 ‘재심(감독 김태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으로 3전 3승의 기록을 썼다.

그러나 기자는 다른 시각으로 2017년을 주목했다. 그리고 정유년을 종합하는 셋째 기사는 북한과 근현대를 조명해본다. 북한과 남한이 공조를 이루는 영화, 북한 1호를 보호하며 한반도 핵 전쟁을 막는 영화, 광주 실상을 알리기 위한 택시 운전사의 영화, 1987년 민주화 열기를 재현한 영화 등 2017년 한국 영화계의 초점은 북한과 역사였다.

#북에서 내려오다


반공(反共) 혹은 멸공(滅共). 대한민국이 공산주의를 대하는 과거의 자세였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은 북을 겨레로 대했다.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반공의 반전을 알린 증거로 남았다. 물론 북한은 대한민국과 휴전 중인 주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멸공은 시대 흐름이 아니다. 대중은 북한 정권을 미워할지언정 북의 겨레를 미워하진 않는다. ‘뿔 달린 괴물’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지난 2000년 충무로는 북에 사는 이에게 눈과 코 그리고 입을 선물했다. 그리고 이념 뒤 희노애락의 묘사로 사실을 반영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 영화계는 여기에 형용사 ‘멋지다’를 덧붙이고 있다. 게다가 금강불괴의 초인으로 묘사 중이다.

먼저 1월18일 개봉한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를 보자. 주인공 임철령(현빈)은 위조 지폐 동판을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군인이다. 공조(共助)를 외치는 대한민국 형사 강진태(유해진)를 뒤로 한 채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임철령. 두려움은 그의 몫이 아닌 듯 보인다. 야마카시를 방불케 하는 도약도 선보인다. 맨손 격투? 물론 문제없다.

이는 12월14일 개봉한 ‘강철비’에서도 이어진다. 주인공 엄철우(정우성)는 전직 북한 정찰총국 요원이다. 그는 한반도 핵 전쟁을 막기 위해 남한 측 인사 곽철우(곽도원)와 힘을 합친다. 수염을 길렀을 뿐 말끔한 ‘공조’ 임철령과 달리 엄철우의 외면 묘사는 좀 더 현실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북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미사일을 피하고, 병원에서 총 싸움을 하는 엄철우를 보면 북쪽의 남성은 ‘멋진 인간 병기’다.

물론 ‘멋지다’는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 현빈과 정우석의 공이 크다. 그리고 ‘인간 병기’의 묘사는 인물의 설정 탓이다. 예를 들어 ‘강철비’에서 엄철우가 속했던 북한의 정찰총국은 대한민국에 침투해 정보 수집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 가운데 8월 개봉작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는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소비한다.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내려온 VIP 김광일(이종석)이 살인자란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다. 물론 배우 이종석의 외모는 현빈, 정우성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김광일은 선역이 아닌 관객을 분노케 하는 악역이다. 괴물에서 친구로 그리고 범죄자로. 북한은 변화 중이다.

#근현대를 톺아보다


지난 2015년 영화 ‘베테랑’과 ‘암살’이 쌍끌이 흥행 속에 ‘천만 영화’를 달성했다. 2016년에는 ‘부산행’이 약 11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0위에 올랐다. 이를 잇는 2017년 ‘천만 영화’는 8월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였다. ‘5.18 민주화 운동’을 세계에 알린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를 극화한 ‘택시운전사’는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광주 영화로 기대를 모았다.

왕복 택시비를 위해 엑셀을 밟은 김만섭(송강호)을 통해 관객은 1980년 5월의 광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택시운전사’는 완전 무결한 작품이 아니다. 작품 말미의 추격 신은 ‘택시운전사’가 상업 영화임을 알렸고,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가 한국 문화를 접하는 신 역시 다수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소시민 김만섭이 객체로서 아픔을 전달하는 부분은 37년 후의 관객이 사건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는 평이다.

재밌는 점은 송강호의 존재다. 그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변호인’에 이어 두 번째다. 작품 개봉 후 전두환 측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폭동이란 표현을 또 다시 사용했다.

‘택시운전사’가 광주 이야기를 서울 택시 운전사로써 표현했다면,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군함도 강제 노역에 동원된 일제강점기 민초를 내세웠다. 특히 ‘천만 감독’ 류승완과, 배우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등의 참여는 또 다른 ‘천만 영화’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작품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전국 2208개 스크린을 싹쓸이한 독과점 논란으로 시작된 불호는 애국심을 유발하는 작품 그 자체에서 정점을 이뤘다.

‘5.18 민주화 운동’과 일제강점기를 잇는 세 번째 근현대사 작품은 12월27일 개봉작 ‘1987’이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둘러싼 은폐하려는 자와 진실을 알리려는 자의 줄다리기를 다룬 ‘1987’ 역시 1980년대를 스크린 위에 재현한다. 남영동으로 연행된 고(故) 박종철은 고문 속에 숨을 거두고, 치안본부장은 “탁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라는 거짓부렁을 늘어놓는다. 흥행을 위한 각색이 투입됐다. 하지만 민주화의 열기는 고스란히 전달된다. 주요점은 담담한 전개다. ‘군함도’가 나아갈 길을 ‘1987’이 보여준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오직 한 사람이었나 보다. ‘택시운전사’의 그 한 사람은 ‘1987’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독재는 물러났고,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 중이지만 충무로는 계속해서 과거를 현재에 불러들인다.

언론시사회에서 장준환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2017년까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던 국민과 1987년 당시 최루탄에 맞서 뜨거운 구호를 외쳤던 국민의 온도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두 시대의 연계를 부정하지 않았다.(사진출처: 영화 ‘공조’ ‘강철비’ ‘브이아이피’ ‘택시운전사’ ‘군함도’ ‘1987’ 공식 스틸컷)

◆2017년 한국영화 종합결산 기획 시리즈◆
[2017한국영화①] 원작의 각색 그리고 상상의 나래 (12.30.)
[2017한국영화②] 반전의 구성 그리고 외적인 화제 (12.31.)
[2017한국영화③] 변화의 북한 그리고 불변의 근현대 (01.01.)
[2017한국영화④] 엄마의 이름 그리고 약진의 여배우 (01.02.)
[2017한국영화⑤] 현재의 숙제 그리고 비극의 흔적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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