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을 계기로 많은 유럽인들은 국가주의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맹공격에 맞설 방어전략을 프랑스에서 발견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방어전략의 핵심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전통적인 좌·우파를 넘어, 경제자유화와 유럽 통합이란 두 개의 가치를 모두 달성하겠다고 나선 지도자에게 유권자들은 야당을 평정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했다.
의회 영향력도 줄이겠다는 마크롱
여기에 마크롱은 기존 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의회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개헌안을 내놨다. 이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쪼개고 정복하기’ 전략에 가깝다. 바야흐로 법령에 의해 대통령이 통치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마크롱 모델’은 호언장담했던 당면 과제를 더욱 악화시킨 채 끝날 공산이 크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프랑스 선거제도의 독특성에 기반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마크롱과 그의 신당은 대선 1차 투표에서 24%, 총선 1차 투표에서 30%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마크롱은 미약한 대중 지지에도 행정력을 장악하고 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크롱 모델을 만들어 낸 프랑스 선거시스템은 샤를 드골 전 대통령(1959~1969년 재임)이 설계했다. 비효율적이고 나약한 제4공화국을 겪으면서 프랑스는 민주적인 대의제를 포기한 대가로 강력한 리더십을 얻었고, 국민통합이란 이름으로 의회정치의 갈등을 제거했다. 하지만 이처럼 권력을 집중시키는 전략은 이념 갈등이 심하고 정당이 쉽게 없어졌다 만들어지는 정치 환경에서만 유효하다.
프랑스의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사회당과 중도우파 성향의 공화당 당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들은 점차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며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 구축해 놓은 후원금, 사무실, 우호적인 언론관계 등을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연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마크롱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통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마크롱에겐 혹하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사실 그와 프랑스 모두에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치러진 일련의 선거를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유권자들의 변덕과 분열 양상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환경에선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은 지도자가 ‘모두를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 십상이다. 필연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은 외면하게 되고, 사회적 갈등은 수면 밑에서 더욱 심하게 끓어오르게 된다.
야당과의 왕성한 대화 필요
왕성한 야당과의 대화와 갈등은 여당이 좀 더 민감하고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정부는 강한 야당을 필요로 한다. 비록 의사결정 과정은 지난해질 수 있겠지만 결과는 좀 더 적법하고 신뢰할 만하며, 폭넓은 호소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카를로 잉베르니치-아세티 뉴욕시티대 조교수와 프란체스코 론치 파리정치대 강사가 ‘The Dangers of the Macron Model’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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