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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영웅 없는 언론의 제 기능을 꿈꾸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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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송강호가 택시 운전사로 돌아왔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언론시사회가 7월1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장훈 감독,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운전사가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리는 감동의 드라마.

송강호가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 운전사 김만섭을, 토마스 크레취만이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를, 유해진이 정 많은 광주 택시 운전사 황태술을, 류준열이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을 연기했다. 그 외에 박혁권이 최기자 역을, 최귀화가 사복조장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그간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비롯 ‘의형제’ ‘고지전’을 연출한 장훈 감독은 “‘고지전’ 개봉했던 것이 2011년 7월이다. 한 6년 만에 작품으로 만나 뵙게 됐다.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기 때문에 떨리고, 설레고, 긴장된다”라며,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김만섭은 보편적 소시민이고, 보통 사람이다. 광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느낌을 갖게 되고,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될지 집중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이고 슬픈 사건이다. 조심스럽고 부담됐지만, 전달돼야 하는 부분은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광주의 5월을 담았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1980년 5월 그리고 광주의 교집합은 단연 ‘5.18 민주화 운동’이다. 해당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피의 역사이자, 독재 군부가 시민을 무차별 학살한 인권 유린의 현장으로 꾸준히 재조명되는 것이 사실. 이와 관련 영화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MBC ‘제5공화국’, 웹툰 ‘26년’ 등이 소재의 비중을 떠나 그해의 5월을 다뤘던 바 있다. 과연 서울 택시 운전사와 독일 기자라는 객체가 관찰하고 맞닥뜨린 1980년 여름의 민주화 운동은 37년 후의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가운데 ‘택시운전사’는 택시를 모는 운전사가 다른 누구 아닌 송강호라는 점이 영화 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송강호가 누구던가. 단순히 영화 경력 약 20년이라는 숫자로 요약될 수 없는, 강한 티켓 파워의 배우다. 언제나 배역과 작품의 ‘송강호 화(化)’를 빚어낸 그가 스크린 위에 재현하는 대한민국의 아픔. 웃음과 눈물의 어떤 배합이 전달될지 궁금증이 한 곳에 모인다. 또한, 그간 영화와 예능을 넘나들며 친근함을 내세운 유해진의 감초 연기가 이번 작품을 어떻게 풍성하게 만들지도 관전 포인트.

#작품의, 허구와 사실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는 소개와 함께 시작된다. ‘5.18 민주화 운동’은 누구나 아는 역사지만, 독일 기자와 서울 택시 운전사의 광주 잠입기는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 이와 관련 재구성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재조립된 가상의 이야기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먼저 장훈 감독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이 20일 서울을 출발해서 21일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최대한 영화에 담으려고 노력했다”라며, “광주에서 만나는 황기사 등은 광주 시민들을 참조해 만들어낸 인물이다. (김)만섭의 라인, 힌츠페터의 라인, 시민들의 라인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영화적 균형점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보안사에 연락과 신고를 하지 않고 몰래 광주에 내려갔을 때의 텅빈 고속도로나 검문소에 걸리는 부분, (김)만섭이 기지를 발휘해서 샛길로 광주에 잡입하는 부분, 광주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는 부분, 기름을 공짜로 나눠주는 부분 등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이 말씀해주셨던 것들이다.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셨고,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필름도 숨겨서 나가셨더라”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크레취만의 출연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는 영화 ‘설국열차’에 이어 다시 한번 외국인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하는 그의 이름은 토마스 크레취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바론 볼프강 본 스트러커 역할로 유명한 그는 뿐만 아니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독일군 장교 빌름 호젠펠트 역을 맡았던 바 있다.

송강호는 그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할리우드에서 많은 작품들을 세계 각지에서 촬영하셨던 분이다.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이 생소한 느낌은 아니었나 보더라. 그만큼 세계적, 국제적 배우시다”라며, “지난해 폭염 때문에 고생을 했다. 배려를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를 배려해주시는 장면들도 많았다. 그만큼 경험과 인격이 훌륭하셨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류준열은 “내가 가장 막내였는데, 어떤 때는 막내보다도 더 장난기가 가득하셨다”라며, “또, 반대로 촬영에 임하실 때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위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이렇게 즐기면서 촬영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 즐겁게 공감하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다”라고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작업을 소개했다.

하지만 토마스 크레취만이라는 배우가 가지는 명성에 비해 ‘택시운전사’에서 그의 역할은 기능적인 것에 그친다. 이에 대해 장훈 감독은 “이 영화가 다른 광주 영화와 다른 것이 있다면 독일 외신 기자와 서울 평범한 택시 기사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가 그려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관객이 감정이입하게 되는 부분은 외신 기자보다 (김)만섭이다”라며, “최대한 압축해서 갔다. 그런 부분을 현장에서도 그렇고, 토마스 크레취만과도 공유하고 작업했다. 표정이나 다른 부분을 사용해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라고 부연했다.

#송강호의 바람


이날 현장에서 송강호는 ’-고 싶었다’ ‘-면 좋겠다’ 등을 사용하며 바람을 소개했다.

먼저 송강호는 타 시대극과 어떤 차별점을 뒀는지 묻는 질문에 “시대극이라고 해서 특별히 배우가 마음이나 다른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단지, 현대사 아픈 비극을 그리는 영화다 보니까 어떤 심리적 측면, 꼭 비극을 슬프게만 묘사한다든지 아니면 그 사실 자체를 그린다든지 하는 부분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에 집중했다. 관객들에게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그런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주안점을 소개했다.

또한, 그는 광주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라디오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눈과 귀를 막았던 시대였다”라며, “촬영을 하면서 무거운 마음이었다. 희생된 마음의 고귀한 정신을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영화로 담아서 많은 분들에게 진실을 나누고자 나름대로 연기했다. 그런 점에서 어떤 마음의 빚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정말 작은 빚이라도 덜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유해진은 “소중한 사람들이, 소중한 이야기를 그리는, 소중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잘 보도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고 맺음말을 전했다. ‘보도’. 사전에서는 ‘대중 매체를 통하여 새로운 소식을 알림. 또는 그 소식’이라고 정의하는 아주 흔한 단어다. 하지만 그것이 무겁게 전달되는 이유가 언론시사회 중간 있었다. 장훈 감독은 작품에서 언뜻 스쳐가는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라’라는 현수막에 관해 다음의 생각을 전달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보통의 평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의 이야기, 또 하나는 언론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 그 의도에서 현수막에 그런 표현이 있었고, 신문사에서 기자들이 몸싸움 끝에 끌려나올 때도 뒤에 포커스가 나가 있는 현수막 또한 그런 내용이었다. ‘상황과 반대되는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 (‘택시운전사’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유해진이 연기한 황태술은 주인공 김만섭에게 손님을 태웠으면 택시비를 받아야 한다고 항변한다. 더불어 광주를 도피하는 그에게 나쁜 놈은 저기 따로 있으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5.18 민주화 운동’은 사람은 죽었지만, 발포 명령자는 없는 역설의 역사다. 택시 기사가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범죄자의 처벌은 아주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당연한 것은 현재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보도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현재는 달라졌을까. 물음에 대답할 순 없지만, 두 가지는 분명하다. 아마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일본에서 광주로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 택시 기사 김사복 또한 서울에서 광주로 택시를 몰지 않았을 것이다. 보도의 통제가 외신을 자극했고, 진실의 상실은 두 영웅을 낳았다. 영웅 없는 상식의 제 기능이 간절한 언론시사회 후(後)다.

한편 영화 ‘택시운전사’는 8월2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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