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 기자] 어떤 역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배우 김민서. 극 속의 배역을 통해 단 한 가지의 색으로 남기에 그가 가진 이미지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길다면 길 연기 생활을 넘어 평생이라는 묵직한 말속에도 연기에 대한 사랑만은 변하지 않는 배우. 투명하게 빛나는 햇빛이 만들어 내는 빛의 그림자 그 안에 스며든 하얀 빛과 노을의 붉은색처럼 어떤 색을 비춰도 왜곡되지 않는, 그의 색은 그렇게 다양했다.
Q. 화보 촬영 소감과 가장 기대되는 콘셉트
오전에는 날씨가 흐려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후부터 날씨가 개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 콘셉트가 제일 마음에 들기도 했고 내추럴하면서도 시크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진행할수록 편안해지고 호흡을 맞추면서 적응하니까 더 잘 풀어지더라고요.
Q. ‘아임쏘리 강남구’ 드디어 120부작의 마무리가 서서히 되어 가는 것 같은데
한 3일가량 촬영할 날짜가 남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시원 섭섭하다는 생각이 좀 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나름 작품의 수가 여러 편이 되어 가는지라 이별에도 익숙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이렇게 또 한 작품이 끝나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죠. 예전에는 벌써 마친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실감도 잘 못 했다면 이제는 정들었던 친구를 보내는 마음이에요.
사실은 120부작의 드라마가 처음이라 100을 찍는 순간에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100은 정말 남다른 느낌이잖아요. 감회가 새롭고 또 그때부터 정말 많이 달려왔고요. 드라마의 스토리 상으로도 100회쯤 왔을 때 제가 연기한 모아란 인물이 물론 줄곧 큰일을 겪어 오기도 했지만 그때가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겪는 순간들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어요. 113부쯤 지난 지금은 서서히 내려오고 있는 느낌이랄까. 100회가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Q. 이전과는 달리 주부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기도
촬영하고 몇 회 방송되지도 않았는데 인천의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서 촬영을 했거든요. 그 동네 할머니께서 지나가시다가 ‘오늘 아침에 봤는데 여기 있네’라며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방송이 몇 번 나가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기도 했죠. 그때 일일 드라마 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체감 한 것 같아요(웃음).
Q. 미니시리즈를 촬영할 때와는 다르게 힘들기도 했을 터
미니시리즈는 짧기 때문에 100미터 달리기 같다고 하면 일일드라마는 마라톤 같은 느낌이에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작년 10월부터 시작했거든요.
제가 늘 분량이 많았어요. 야외 촬영이든 세트장 촬영이든 첫 신과 마지막 신에는 늘 제가 없으면 어색하더라고요. 세트장에서도 다른 배우들은 세트촬영이 2,3일 정도 이어지면 하루 정도는 여유가 생기는데 저 같은 경우는 늘 처음부터 끝까지 바빴어요. 또 제가 대사량이 많잖아요.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보다 대본을 보기에 더 바빴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열일’을 했달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남구가 친엄마를 알아가는 내용이 중점이라 제 분량이 줄어들어 조금은 여유로워졌죠.
Q. 배우들 간의 호흡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저와 또래인 배우들이 많았어요. 강남구 역이었던 선호는 동갑이고 주리는 동생이에요(웃음). 다들 정말 순하고 착하더라고요. 서로 촬영하다 보면 힘든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서로 의지도 많이 되고 명이 지쳐 있으면 위로도 해주고 다독여주고 그랬어요. 어떻게 보면 전우애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은. 하하.
Q. 이후의 작품 활동
호흡이 긴 작품이라 조금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휴식기를 좀 가지고 또 준비해야죠.
Q. 배우로서 맞이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
막연하게 연극 영화과를 갔어요. 들어가서 입시 연기를 처음 접한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제 안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 혹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느꼈어요. 그 후부터 재미를 느껴서 시작을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연기는 연극 연기가 기본이라 아카데믹하고 극적인 느낌이 많았어요. 카메라를 마주 보고 하는 연기와는 다른 느낌이기도 했고요.
첫 드라마를 했을 때 너무 많이 혼났어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배워야 하는 것을 느껴서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제대로 생겼던 것 같아요. ‘내가 현장에서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고 독기도 생겨 그때부터 연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했어요.
Q. 김민서라는 이름보다는 배역의 이름에 더 익숙한 대중도 많은데
제 고민이기도 한 부분인데 아직은 김민서라는 배우가 나타내는 색보다는 여러 역할을 맡았을 때 나오는 색을 표현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경제적 용어로 이런 것을 시장성이라고 한다면(웃음) 제게 그만큼의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아요.
Q.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 몰입이 어려웠던 역할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사극 같은 경우는 제가 그 시대를 살았던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저와 닮은 경우는 없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못 돼야 해?’라는 생각도 들었고 ‘왜 이렇게 답답할까’ 싶을 만큼 착한 역할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연기를 준비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저를 설득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내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타당하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그 연기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이 배역이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해를 해줘야만 하거든요.
그 이유가 도무지 와 닿지 않을 땐 억지로 만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얘가 어렸을 때 이런 스토리가 있었을 거야’라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거죠.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까지 못 돼야 하는지에 대한 바탕을 만드는 거예요. 저만의 타당한 역사를 만들어보는 거죠. 우리는 모르는 그의 앞선 인생을 설계해보는 거예요.
물론 그 역시도 작가님이 써 주신 이야기 안에서 배경을 만들어 보는 건데 초반의 뼈대를 잡을 때는 작가님께 말씀을 여쭙기도 하죠. 캐릭터에 이런 점들을 첨가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하고요. 대신 중요한 것은 작가님이 끌고 가시는 극 속에 중요한 부분들 혹은 미리 만들어 두신 기초석을 흔들면서 하지는 않아요. 혹여나 그럴 여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꼭 미리 여쭤 보고요.
Q. 김민서와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던 역할은
다 조금씩 교집합은 있었지만 이번에 ‘아임쏘리 강남구’에서 만난 모아란 역할도 가장 소시민적이고 있을법한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라도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런 선택을 하고 저렇게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작품 활동을 해오며 느낀 배우 김민서의 장점은
여러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해내는 것이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모아 역시 평범한 회사원의 이미지였다가 기억을 잃었을 때는 바보 같고 또 귀엽기도 했죠. 다시 기억을 찾았을 때는 복수를 위해 달라지고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었는데 한 작품 안에서 여러 느낌이 흐름을 타다 보니까 제 안에서 캐릭터에 대한 소화가 넓어지고 유연해지더라고요. 어떤 것이 와도 잘 보낼 수 있는 것 같고요. 물론 나이를 먹어가며 연륜도 포함이 된 것 같지만(웃음) 연기자로서 여유도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새로운 역할이 오면 두려워서 거부했었어요. 작품이 와도 평가받는 것이 두렵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겠다고 한 것들도 꽤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거의 없죠. 뭘 해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은근히 겁이 많은 성격인 것 같은데 또 어떤 일에서는 대범 한 것 같아요.
Q. 꼭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
미스터리하고 서스펜스 스릴러 속 캐릭터요(웃음). 비밀의 키를 가진 여인 있잖아요. 하하. 그런 캐릭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Q. 드라마에 비해 영화 출연이 적은 이유
시작이 드라마다 보니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 배우로서 가지고 싶은 수식어
보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죠.
Q.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배우를 평생 할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적인 면이나 연기자로서 살아가는 태도 모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은 배우들의 삶도 많이 오픈 되어 있고 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잘 산다, 건강한 삶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살고 싶어요. 간혹 배우에게 공인이라는 말을 쓰시기도 하고 또 그 단어의 타당성에 대해 말씀하시기도 하잖아요. 그 단어의 적합성을 떠나 배우란 직업은 대중들에게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시선에서 자유롭되 그 삶이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본이 되는 삶을 사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거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올해 계획
휴식을 취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녀오고 싶고요. 7, 8월에는 봉사활동도 다녀올 것 같고. 선선해지면 또 작품을 알아보지 않을까요(웃음). 원래 취미로 그림을 그렸는데 근 1년간을 못 그린 것 같아요. 못 그렸던 그림도 그려보며 지내고 싶어요.
기획 진행: 박승현, 마채림 포토: 김태양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석지혜 의상: 저스트인스타일, 제이플로라, 블랑조, 루트원 헤어: 정샘물 청담 WEST 박윤영 실장 메이크업: 정샘물 청담 WEST 박선미 원장 장소: 어반플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