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판정승 아닌 통쾌한 K.O. 무대를 희망한다”
대중이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순정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멤버 개개인의 매력일 것이다. 물론 ’짐승돌’이라는 역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파격이고 다양성의 발로일 뿐 대다수의 아이돌들은 빼어난 외모를 장점으로 내세우며 시쳇말로 대중을 그들에게 ‘입덕’시킨다. 아이돌이 가진 여리고 보드라운 면은 팬들이 세상의 시름과 스트레스로부터 음악 방송을 시청하는 잠시만큼은 해방되도록 돕는 일종의 모르핀 역할을 한다.
아이돌이 몽실몽실한 부드러움을 안겨준다면 시선의 정반대에 위치한 것은 아마 8각 케이지 안에서 혈투를 벌이는 종합격투기 선수일 것이다. 힘과 힘이 만나 어느 쪽이 더 강한지를 겨루는 사투 속에서 선수들은 혈전을 증명하듯 글러브 위에 피를 묻힌 채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그간의 수련을 시험한다. 돌이켜보면 마냥 다를 것 같은 두 직업은 아이돌이든, 격투가든 일정량 이상의 피땀을 겪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아이돌과 종합격투기 선수의 양립을 몸으로 체화 중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오프로드의 리더 대원이다. 동시에 그는 ‘MKF 인피니트 챌린지’ ‘MKF 얼티메이트 빅터’ ‘엔젤스 파이팅 02’를 거치는 동안 3전 전승을 기록한 격투가 이대원으로, 세간의 걱정은 그저 기우일 뿐인 듯 그는 노래와 격투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길을 걷는 중이다. 대척점 위의 두 직업을 아우르는 대원. 그의 걸음마다 역사는 다시 작성되고 있다.
종합격투가 이대원의 다음 경기는 4월29일 KBS 스포츠월드 아레나에서 열릴 자선 격투 경기 ‘엔젤스 파이팅 03’이다. ‘엔젤스 파이팅’은 입장 수익을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자선 격투 단체이자 사랑, 나눔, 봉사를 위해 만들어진 기부 단체. 어린이에게 나눔을 통해 희망이라는 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과연 4전 전승을 향해 전진 중인 종합격투가 이대원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더불어 그 뒤에 가려진 오프로드 대원은 어떤 속내를 드러내고 싶을까. 지금도 승리를 위해 주먹과 샌드백이 맞닿는 파열음 속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대원을 bnt뉴스가 만났다.
Q. 종합격투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 회사 연습생 훈련에 포함된 격투기 훈련이 종합격투가 이대원의 시발점이었다. 격투기를 배우니까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시합을 나가고 싶더라. 하지만 전 회사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출전을 막았고, 지금의 회사는 멤버들 개개인의 활동을 존중해주는 덕에 꿈을 실천할 수 있었다. 마침 당시 참가 가능한 경기 중 가장 큰 무대인 ‘MKF’가 눈에 띄었고, ‘MKF 인피니트 챌린지’ 신인전에서 첫 승을 거뒀다.”
Q. 종합격투가 이대원에게는 승리와 패배 모두 아이돌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상관없다. 본업이 가수인 것은 항상 인지하고 있으며, 최초의 격투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오프로드 대원의 시그니처가 됐다. 개인적으로 체육관 사람들이 ‘격투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주는 것이 참 좋다. 단지 아이돌을 병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를 쉽게 생각하는 오판을 막는 것이 격투가 인생의 목표다.”
Q. 선수 이대원의 열정을 시기하는 이들은 없었는지?
“다행히 시기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열정과 꾸준함으로 진심을 전달했다.”
Q. 이대원의 주 종목인 킥복싱의 장점은 어떤 것인가?
“킥복싱은 먼저 100% 타격이 가능한 무술이다. 그리고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기에 약 3분의 시간 동안 관중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넘치는 생동감 속에서 지루하지 않은 경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킥복싱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이대원의 전적은 3전 3승이다. 무패행진의 이유가 궁금하다.
“한 대라도 더 때리려는 정신력과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제일 클 것이다.”
Q. 아이돌 활동은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이다. 하지만 격투가는 규칙 속에서 리듬을 만들고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둘 사이에서 어떻게 중립을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중립을 지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나의 본업은 가수기에, 오프로드의 스케줄을 100% 소화하겠다는 생각에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스케줄이 끝난 후라면 더 이상의 제약은 사라지고, 선수 이대원은 다시금 세상 밖으로 기지개를 편다. 시간과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파이터의 모습으로 변신해 상황에 맞는 운동을 진행한다.”
Q. ‘MKF 인피니트 챌린지’에 출전해 첫 승을 거뒀다.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체중 감량의 힘듦을 처음 겪어본 순간이었다. 결국 계체량이 끝난 후 새벽까지 폭식을 했는데, 경기 전까지 음식 소화가 힘들더라.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라운드 종이 울린 후에는 그저 경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냥 ‘힘들다. 숨이 막혀온다’라는 생각 하나로 주먹과 발차기에 매진했고, 그렇게 선수 이대원의 짧고도 긴 시간은 흘러갔다.”
Q. 승리의 포효가 와 닿는 이유는 관중도 운동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신인전 판정에서 내 손이 올라가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훈련의 기억들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갔고, 군대 전역의 느낌과 얼추 비슷한 감정 속에서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때의 흥분과 환희를 다시 느끼기 위해 도전 중인가 보다.”
Q. ‘MKF 인피니트 챌린지’ 신인전 승리 이후 종합격투기 선수 활동을 선언했다. 흔히 어떤 길을 걷고 싶을 때는 이유가 수반된다. 어떤 매력이 리더 대원을 선수 이대원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남자다. 남자라면 누구나 격투가의 꿈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 꿈을 실현시켰을 뿐이다. 더불어 거친 운동을 통해 나를 절제하고 가족과 약자를 지킬 수 있는 힘과 정신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Q. 스포츠에는 부상이 수반된다. 소속사와 멤버들을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오프로드 멤버들의 걱정이 제일 컸다. 하지만 첫 경기 이후 더 이상 걱정이 안 된다며 또 출전하라고 난리를 피우는 탓에 이제는 내가 내 몸 걱정을 하는 상태다. 멋있다고 계속해서 경기 출전을 종용하는데,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모르겠다.”
Q. 부모님의 걱정도 컸을 것 같다. 생채기 하나에도 눈물을 쏟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 시합으로 메달을 딴 덕분인지 트로피를 직접 보여드리니 일단은 자랑스러워 하셨다. 하지만 말씀처럼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아직도 걱정을 하신다. 얼른 가수의 모습으로도 효도를 하고 싶다.”
Q. ‘MKF 얼티메이트 빅터’에 출전해 두 번째 승을 거뒀다. 초심을 유지한 비결은?
“또 다른 첫 무대였다. 신인전과 달리 프로 무대였고, 방송 경기였다. 상대는 다수 전적의 선수였는데, 그런 점들이 나를 더 열정 넘치게 만들더라. 또한, 격투기는 나를 자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의 강함 앞에 고개를 숙이게 돕는다.”
Q. 연예인의 종합격투기 도전은 언제나 화제를 불러 모은다. 개그맨 이승윤, 윤형빈, 제국의 아이들 김태현 등이 떠오른다. 연예계 출신 무도가들의 끈끈함이 궁금하다.
“무도가뿐만 아니라 남자라면 운동 속에 서로를 아우르는 끈끈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같은 길을 걷는 중인 입장에서 선배님들의 대단함과 노력의 크기를 알기에, 더 존중하고 싶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뭔지 모를 진한 정이 있다.”
Q. 세 번째 경기로 ‘엔젤스 파이팅 02’를 선택했다. 수익을 희귀병 및 난치병 환아들을 위해 기부하는 행사 취지가 선수 이대원을 출전하게 만든 요인이었는지 궁금하다.
“정말 그 취지가 출전의 전부다. 말했듯이 나의 본업은 가수다. 더군다나 종합격투기 선수라는 꿈은 이미 이룬 것 아닌가. 하지만 나의 재능으로 몸이 아프고 힘든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의 감량과 힘듦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싶었다. 이것이 격투가의 바른 길 아닐까.”
Q. 2016년 1월14일. 이대원의 전적에 세 번째 승리가 기록된 날짜다. ‘배우 對 아이돌’이라는 관중의 주목 속에 승리를 거둔 소감은?
“세 번째 경기는 훈련 부족으로 인해 실망을 겪었던 경기였다. 승리를 거뒀지만, 전혀 짜릿하지 않더라. 격투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후 바로 다음 경기인 ‘엔젤스 파이팅 03’을 준비했고, 이번에야말로 나의 강함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Q. 종합격투기는 김동현 선수 외에는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스포츠다. 선수가 이야기하는 종합격투기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현업에서 활동 중인 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액션 영화를 보며 짜릿함과 흥분감을 느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영화는 영화다. 종합격투기는 액션 영화의 현실화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사람의 몸 하나, 주먹 둘 만으로도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하는 스포츠가 바로 종합격투기다.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는 반전을 보여주는 스포츠기에 더욱 매력 있는 종목이다.”
Q. 종합격투기처럼 오프로드도 아직은 국내 대중에게 낯선 그룹이다. 오프로드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팀의 리더이자 맏형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오프로드는 멤버 개개인이 뚜렷한 끼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룹이다. 선호 장르는 멤버마다 각각 힙합, R&B, 댄스, 클래식, 락 발라드로 나뉘어 있지만, 오프로드로 한 데 뭉쳤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대단해서 리더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더불어 멤버 두 명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가해 첫 레벨 테스트에서 A, B를 받고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현재 오프로드의 앧콘(ADDCORN)과 알케이(ARKAY)가 각자 본명인 김남형과 정동수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가 중이다.
Q. 오프로드는 ‘한류돌’이다. 일본 팬들도 대원의 종합격투기 도전을 알고 있는지?
“처음에는 혹시 가수의 꿈을 접는 것이 아닌지 많이 걱정하셨다. 하지만 경기 이후에도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을 보며 이제는 가수 대원뿐 아니라 격투가 이대원도 많이 응원해주신다. 항상 다치지 말라며 걱정은 하시지만, 어느새 강한 남자의 모습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번 ‘엔젤스 파이팅 03’에도 일본 팬 분들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Q. 종합격투기와 아이돌이 이뤄내는 시너지가 있다면?
“오프로드 대원과 격투가 이대원은 서로 이미지가 다르다. 리더 대원이 멤버들을 아우르는 맏형의 이미지라면, 종합격투가 이대원은 스포츠 속에서 남성다움의 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가 만났을 때 발생하는 반전 매력이 바로 시너지 아닐까.”
Q. 선수 이대원을 응원하는 멤버들의 도움은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격투가의 생활은 그룹 생활과 달리 100%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시합 당일 응원을 와주는 것이 격투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도움이고, 오프로드 멤버들은 개인적인 일들도 많을 텐데 경기를 관전 오는 고마운 동생들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체중 감량 때에 내가 음식을 더 못 먹게 멤버들이 막는 부분이 있다.”
Q. 오프로드의 대원은 ‘군필돌’이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 것 같다. 또한, 아직 ‘미필돌’인 멤버들이 대원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대단할 듯하다.
“자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더불어 멤버들은 군필인 나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군필 자체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때문에 아직 군대에 가지 못한 멤버들을 위로해주는 분위기가 가끔씩 연출된다.”
Q. 대원의 다음 경기는 ‘엔젤스 파이팅 03’이다. 네 번째 경기가 네 번째 승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힘든 훈련의 연속이다. 꾸준함 속에 준비 중이고, 파이터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
Q. ‘엔젤스 파이팅 03’ 출전 각오가 있다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라면 속마음은 누구든 승리를 염원할 것이다. 또한,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판정승 아닌 통쾌한 K.O. 무대를 희망한다. K.O.로 상대 선수를 쓰러트리든지, 아니면 K.O.로 쓰러지든지. 이 같은 각오로 열심히 훈련하겠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종합격투가 이대원의 미래는 어떨까?’였다. 이에 대원은 “운동을 할 때 항상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다.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고 있을까. 본업에 충실하자. 이번이 마지막 경기다’라는 자책이다”며, “하지만 벌써 네 번째 경기다. 나약해졌다는 자책이 들 때면 다시금 격투가의 피가 끓는다”고 말하며 ’격투돌’이라는 별명이 아이돌을 빛내기 위한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혹자의 의심을 거두게 만들었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단어가 있다.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엔터테이너와 모든 일에 능통하다는 만능의 결합어로,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노래와 연기를 아우르는 임창정의 존재로 대중에게 익숙해진 단어일 테다. 그리고 그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져 만능 엔터테이너는 노래든, 춤이든 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됐던 것이 사실. 무의식 중의 경계선은 단어의 사용을 좁은 공간에 한정시켰다.
하지만 기자는 여기에 작은 반란 하나를 일으키고자 한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단어가 있으니, 바로 예체능(藝體能). 예술과 체육을 한 데 묶어서 언급할 때 사용되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만능 엔터테이너를 굳이 예술 쪽에만 한정 지을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노래와 격투를 포괄하는 오프로드 대원은 만능 엔터테이너다.
노력 외에는 공통점 하나 없는 두 업(業)을 그 노력 하나만 믿은 채 열심히 달렸던 결과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아이돌 대원이자 종합격투가 이대원. 예(藝)와 체(體)를 아우르는 새 시대의 만능 엔터테이너인 그의 약진을 응원한다.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의상: 타우테일러(수트)
헤어/메이크업: 박호준헤어 이민영 대표, 나미애 원장, 최철중 원장
장소: bnt스튜디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