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예측 전문회사인 RL폴크(polk)社가 지난 2013년 미국 내 자동차 소유자들의 평균 자동차 보유기간을 집계했더니 11.4년으로 나타났다. 2010년의 10.8년보다 6개월 늘어났다. 그리고 2015년 IHS가 같은 조사를 했을 때 평균 보유 기간은 11.5년으로 또 다시 증가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보유 기간이 늘었어도 평균 주행거리는 오히려 짧아졌다는 점이다. 미국 공익연구그룹(PIRG)이 지난 2009년 미국 내 젊은 세대(16~34세)의 자동차 운행거리의 통계를 내본 결과 2001년보다 23% 줄었다는 결과를 얻었고, 연령이 높아져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3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국내 자동차 주행거리는 하루 평균 43.6㎞로 2002년 대비 28.8% 줄었다. 특히 자가용은 같은 기간 36.3% 감소했다. 해당 기간에 자동차 등록대수는 500만대 증가했지만 주행거리는 짧아졌다는 얘기다. 더불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보유 기간도 2000년 5.4년에서 2013년에는 7.2년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 보유 기간의 증가와 주행거리의 축소를 바라보는 자동차회사는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신차 교체 주기가 길어져 판매가 정체될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제품 개선으로 자동차 수명이 늘고, 대중교통의 발달과 컴퓨터 게임 활성화로 자동차를 불필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증가하는 점은 공장을 끊임없이 가동시켜야 하는 자동차회사에게 그 자체가 곧 위기인 셈이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는 자동차의 평균 주행거리 늘리기다. 주행거리를 늘리면 새 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이는 곧 공장 가동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을까? 완성차회사가 주목한 것은 바로 카셰어링, 나눠 타기 시장이다. 하루 평균 23시간에 달하는 주차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운행거리가 증가하기 마련이고, 자동차 또한 소모품으로 본다면 신차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나눠 타기는 자동차 보유자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제대로 활성화되면 소비자와 자동차회사 모두 '윈-윈'이 가능하다. 최근 GM, 벤츠, BMW, 기아차, 토요타, 포드 등 대부분의 완성차회사가 나눠 타기 시장에 적극 진출한 것도 결국은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었던 셈이다.
물론 현실에서 나눠 타기는 당장 완성차 판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업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나눠 타기 사업 활성화로 지난 5년간 연평균 3.6%였던 신차 판매 증가폭은 2030년에 이르면 2%대로 감소한다.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성차회사가 나눠 타기에 적극 진출하는 이유는 제조역량의 유지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자동차회사의 등장을 가져오기 마련이고, 이는 곧 기존 자동차회사의 사업 구조를 통째로 바꿀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사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완성차의 판매 대상은 개인이든, 나눠 타기 기업이든 관계가 없다. 대표적으로 나눠 타기 선두업체인 우버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을 영위하려면 제조 기반의 완성차 파트너가 필요하고, 완성차기업은 우버와 같은 나눠 타기 회사에 자동차를 판매하면 그만이다. 그들이 자동차를 구매해 운송사업에 투입해 주행거리를 늘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어서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등장이 가져올 결과는 조금씩 다르다. 완성차회사에게 자율주행차는 제조업의 확장일 뿐이다. 어차피 여러 운송 수단의 하나로 자동차를 바라보는 만큼 판매 대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나눠 타기 기업에게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제조업의 진출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회사의 장벽을 넘기 위해 상대적으로 설계와 생산이 쉬운 전기차를 주목한다. 단순히 IT와 자동차가 섞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상대의 사업 영역을 적극 침범하게 된다는 의미다. 자율주행차라는 제조물은 기술적으로 IT와 완성차의 경쟁 또는 협력의 결과물이지만 여기서 얻어진 제조물(자율주행차)을 사업에 활용하는 분야는 '운송'이라는 틀에서 같다는 뜻이다. 차이가 있다면 나눠 타기 사업은 운송에 따른 요금을, 자동차회사는 제조물 판매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나눠 타기가 자동차 신차 수요에 영향을 주는 만큼 완성차회사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자동차회사가 직접 나눠 타기에 진출하는 방법이다. 신차 판매 정체에 따른 제조 수익의 일부를 운송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다. 반면 나눠 타기 기업은 자동차회사의 운송 사업 진출이 불안하다. 그래서 이들도 전기 기반의 자율주행차 제조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IT와 자동차가 어우러져 자율주행차로 변하면 제조와 운송도 하나의 영역으로 묶이게 된다는 얘기다. 포드가 미래의 사업구조를 자동차제조와 운송으로 나눈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 나눠 타기는 자동차회사에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로 볼 수도 있다. 단, 생각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달라질 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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