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구름’을 지나 ‘바다’까지 왔다. ‘애틋’했으며 ‘질투’와 ‘낭만’이 있었고 ‘쓸쓸하고 찬란하기’까지 했던 2016년의 방송가. 평소 방송 좀 보는 bnt의 연예부 인턴기자들이 새해를 준비하며 올 한 해 방송가를 결산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뻔한 것 말고, 주인공 말고, 명대사 말고, ‘방송 좀 본’ 사람들이 스쳐 지나 보내기엔 아쉬운 포인트들이다. *편집자 주[이후림 인턴기자] 추운 겨울, 짝 없는 우리여도 시린 옆구리는 안녕하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면 나타나 대리만족을 주는 가상 남친들이 있기 때문! 마음 따라 대세 따라 때때로 바뀌는 공통 남친들은 청산유수인 화법 능력 뿐 아니라 얼굴, 성격, 몸매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남.
단점이라면 딱 하나다. 만질 수도, 대화할 수도 없이 말만 거는 일방통행이다. “왜 먹질 못하니…왜 대답을 못하니…” 이쯤이면 알아차렸겠지만 이들은 드라마 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이들을 보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가 마음을 움직이는 법!
올 한해 여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한 오글판 아니고, 현실판 숨겨진 명대사 BEST4를 소개한다.
나 빼고 모든 여자에겐 철벽남인 그. 나 없는 곳에서도 완벽무장! “이 남자, 걱정 붙들어 매도 되겠네~”
심쿵지수 88%SBS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18회극중 이화신(조정석)을 짝사랑하는 홍혜원(서지혜)을 화신의 여자친구로 오해한 화신의 어머니(박정수)는 혜원에게 밥을 사주기로 결심한다. 화신은 함께 가서 밥을 먹자고 하는 어머니에게 정확하고 차가운 철벽남의 면모를 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만들었다.
(여자친구 외에는 절대 틈을 주지 않는 당신을 진정한 심쿵 철벽남으로 인정합니다!)
화신 모(母): “홍 아나운서가 너 좋아한다면서. 네가 그랬잖아”
화신: “쟤 혼자 나 좋아하는 거야. 난 쟤 안 좋아해. 나 쟤 무서워. 미안하다 홍 아나”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홍 아나운서의 체면을 걱정하는 화신엄마에게 쿨하고 멋있는 홍 아나운서 언니의 대답은 덤.
혜원: “괜찮습니다, 어머님. 기자님 말 맞아요, 저 이화신 기자님 혼자 좋아하는 거 맞아요. 너무 미안해하실 거 없어요”
이런 게 진정한 어른들의 연애란 말인가. 쿨하고 못된 화신의 말에 자존심 상하지만 시원하게 인정하며 넘어가는 혜원. ‘오직 내 여자만을 위한 마이웨이’ 화신의 박력에 한번, 혜원의 닮고 싶은 시크함에 두 번 심쿵한 장면이었다.
철벽 치는 것이라면 연애를 글로 배워도 용서 가능할 것만 같다. 내 남자가 나 말고 다른 모든 여자에게 철벽남이기를 바라는 여자들의 바람을 정확히 충족시켜준 대사. “쟤 혼자 나 좋아하는 거야. 난 쟤 안 좋아해.”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를 배려하는 그의 세심함에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
“먹는 거 예쁜데” 무심한 듯 내뱉은 한 마디.
심쿵지수 92%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 4회여자들이 첫 소개팅자리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신경 쓰는 것은 먹는 모습이다. 예쁘게 세팅한 머리를 이리저리 넘기며,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숟가락에 포크를 둘둘 말고 있는 가상한 노력이 그에게 티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그 순간, 입가에 살짝 묻은 파스타 소스를 막 닦으려던 그 순간,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여자들의 노력을 남자들은 절대 알지 못할 것. 먹을 때마저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자들의 마음이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결혼할 남자에게 “네가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어”란 잔인한 말과 함께 차인 오해영(서현진). 그래서 그에게는 더욱 아픈 기억일 다른 사람 앞에서 밥 먹는 일. 해영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하는 박도경(에릭)이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 “먹는 거 예쁜데”라는 대사가 해영과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거 예쁜데”라는 말은 금물이다. 반복하면 자칫 반어법으로 들릴 소지가 있기 때문.
돌직구의 화끈한 “너 지금 보고 싶다”는 고백.
심쿵지수 99%
KBS2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 1회올해 가장 큰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태양의 후예’가 떠오른다. 시청률 40%에 육박, ‘태후’ 신드롬을 일으키며 연일 화제를 일으켰던 것. 오글거리지만 심쿵하는 비현실적 대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시청을 멈출 수 없었던 ‘태양의 후예’에도 남몰래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담백한 현실판 대사가 있었다는 사실.
“그러지 말고 우리 지금 볼래요? 싫어요?”
담백하며 동시에 직진만 있는 화끈한 이 대사. ‘태양의 후예’ 1회에서 유시진(송중기)이 송모연(송혜교)에게 던진 대사다. 시진은 첫눈에 모연에게 반해 돌직구 고백을 날리며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모연 역시 “아니요, 안 싫어요, 오세요”라며 화끈한 시진의 고백에 돌직구의 대답으로 받아쳐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단박에 깨웠다.
한 명이 솔직해지면, 다른 한 명도 함께 솔직해지는 법. 솔직하지 못한 채 뱅뱅 돌리다가 둘의 사이도 뱅뱅 돌아갈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겨울에는 더 늦기 전에 용기 내어 먼저 마음을 고백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미혼남녀들은 이 청춘에 어서 고백하라~ 고백하라!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그의 고백. “좋아하면, 알게 돼요”
심쿵지수 100%JTBC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 김상호)’ 3회2016년, 어떤 드라마보다 청춘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가 많았던 ‘청춘시대’. 낮은 시청률의 숫자가 무색할 만큼 마음을 울리는 대사와, 어두운 듯 발랄한 듯 독특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타며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 드라마다.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극본을 맡아 녹슬지 않은 필력을 자랑하며 청춘이어서 너무나도 절절하게 와 닿는 현실적인 대사들로 화제를 모았다.
“청춘, 그것은 앞날이 구만리라도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은 당장 퍼마시는 것”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해질 거야”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지, 모른다 너”
“나는 쉽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쉽게 사는 걸 경멸한다. 쉽게 사는 게 나쁜 걸까. 힘들게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걸까” 등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가 많았다. 물론, 여자들의 마음을 잔잔히 흔드는 숨겨진 명대사도 존재했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오는 윤진명(한예리)을 여느 때처럼 기다리다 맞은 박재완(윤박)은 진명에게 “안 늦었어요. 땀 좀 식히고 들어와요. 아직 5분정도 시간 있어요”란 말을 남기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간 자리에는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이 남겨졌다. 물 잔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진명의 얼굴에 말하지 못한 고마움이 번진다. 숨차게 뛰어온 진명을 기다려주고, 숨을 고르는 그의 힘듦을 이해해주는 같은 청춘을 사는 재완이 곁에 있다는 것.
진명: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힘들다는 거”
재완: “좋아하면, 알게 돼요”
재완같이 세심하고도 자상한 남자의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배경과 대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유난히 현실적인 드라마와 대사가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됐던 2016년. 더 이상 꿈같은 스토리에 가슴 뛰지 않는 이 시대가 낭만이 사라진 시대의 반증인 듯해 왠지 슬프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인 말은 낭만적인 말대로, 현실적인 말은 현실적인 말대로 듣기 좋으면 그만인 것.
다가올 2017년에는 꿈같은 스토리와 대사에 설렐 수 있는 낭만의 시대를 기대하고 기약하며. 아듀 2016! (사진출처: bnt뉴스 DB, SBS ‘질투의 화신’ 방송 캡처, tvN ‘또 오해영’ 방송 캡처, KBS2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JTBC ‘청춘시대’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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