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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EV의 진짜 혁명은 1t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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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기차(EV) 보급이 더디다. EV에 대한 '주행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이 여전한 데다 이를 해소할만한 충전인프라 역시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다. 그나마 충전기만 300기가 넘게 확보한 제주도만이 EV 확산의 적정지역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그런 이유로 일찌감치 부족한 충전인프라를 극복하고, 손쉽게 EV를 확산할 수 있는 적용분야로 일정 노선을 순환하는 시내버스를 주목해 왔다.

 시내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순환하거나 일정 거리만 오가므로 1회 충전으로 충분히 왕복거리를 소화할 수 있고, 왕복 후 쉬는 시간에 재충전하면 얼마든지 전기동력으로 내연기관을 대신할 수 있다. 게다가 시내버스는 야간에 운행하지 않는 만큼 요금이 저렴한 심야전기로도 충전할 수 있어 배출가스 감축은 물론 사업자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시내버스의 EV화를 추진하지 못한 배경은 배터리팩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승용차 대비 덩치가 커서 고가의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고, 이 경우 충전도 오래 걸린다. 최근 제주도가 시내버스로 EV를 도입하려다 주춤한 것도 비싼 배터리 때문이다. 

 이런 점을 지켜 본 EV업계가 대안으로 관심을 가져 온 분야가 바로 1t 화물차다. 그 중에서도 지역에 거점을 둔 택배차는 매일 정해진 구간을 운행하고, 야간에는 쉰다. 또 택배 물류창고가 있어 충전기 설치를 사업자가 원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버스 등에 비해 무게 부담이 크지 않아 배터리 용량을 무리하게 키우지 않아도 된다. 즉 배터리 비용이 덩치 큰 시내버스보다 월등히 싸다. 

 1t의 EV화는 디젤을 억제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최근 불거진 디젤 미세먼지 대책 중 경유 가격 인상을 제외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1t을 보유한 사업자 수가 많아서다. 이들은 유류세 환급대상도 아니어서 경유 가격을 올리면 직격탄을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구간을 운행하는 택배나 배달용으로 1t을 도입하면 배출가스 저감, 사업자의 연료비 절감 그리고 정부는 전기차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관건은 1t 또한 화물차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물건을 가득 실을 때 사용하는 에너지 소모량을 어디까지 설정하느냐가 문제다. 정부는 1회 충전으로 250㎞를 갈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이 때 전제는 화물적재량이다. 전기차 또한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1t을 모두 적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에너지 소모량 차이가 매우 크다.

 내연기관차는 연료가 떨어질 경우 중간에 채우면 되지만 EV는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다. 물론 관련 전문가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일정 노선을 순환하는 택배트럭의 경우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150㎞ 미만이고, 그래서 최장 250㎞를 목표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화물차종인 1t을 택배처럼 순환용으로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시 말해 250㎞ 이상 달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100% EV도 좋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수요 욕구도 높다. 일정 거리 이내만 주행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행을 하는 사람 또한 연료비를 줄이고 싶은 건 당연지사다. 국내에서도 알테(Alte) 등을 비롯해 여러 EV 시스템 개발 기업들이 1t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멀리 가면 갈수록 기름값은 많이 들고, 배출가스도 많이 나오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방법이야 어쨌든 1t 트럭의 EV화는 국내 전기차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승용차 확산까지 가져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르노삼성자동차가 손잡고 개발키로 했으니 그 결실에 관심이 쏠린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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