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아자동차의 소형 SUV 니로 판매가 1,135대에 머물렀다. 7월의 2,242대에 비하면 절반으로 떨어졌다. 물론 휴가에 따른 영업일수 부족과 생산물량 조정이 있었던 만큼 기아차 전체 RV(SUV 포함) 판매가 전월 대비 19% 줄었지만 니로만 유독 하락율이 49%에 달해 시선을 끌었다. 기아차 SUV 중 뒤늦게 등장한 제품임에도 하락률은 가장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니로의 하락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관련해 기아차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 수준이 정상'이라는 답이다. 올해 5월 본격 판매에 들어가 6월에 3,246대로 정점을 찍은 뒤 7월에 2,242대, 그리고 8월에 1,135대로 떨어지는 것 자체가 정상이었다는 의미다. '유지'나 '상승'이 아니라 '하락'이 정상이라니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기아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정상'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런데 '정상' 속에는 말 못할 쓰라림도 있다. 기아차는 니로를 내놓으며 쌍용차 티볼리 수요를 겨냥했다. 하지만 티볼리는 지난 5월 5,490대, 6월 5,711대로 니로 등장 이후에도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개별소비세 환원 이후인 7월과 8월도 4,409대와 4,357대로 큰 변동이 없다. 결과적으로 티볼리 상승세를 니로가 꺾지 못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그 이유를 연료에서 찾고 있다. 니로의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소형 SUV 구매자의 마음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비록 하이브리드여서 효율이 높지만 국산 소형 SUV 구매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디젤을 선호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반영된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티볼리의 디젤과 가솔린 구매 비중은 7:3으로 디젤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같은 기아차 내 디젤 SUV인 스포티지 판매 또한 견고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니로는 티볼리가 아닌 스포티지와 경쟁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기아차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티볼리로 공격력을 모았던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아차는 다시 티볼리를 정조준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어떻게든 티볼리 수요를 빼앗아야 니로의 생존력이 담보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방법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장점 부각이다. 일부러 외면했던 '가솔린 하이브리드' 수식어를 이제는 드러내야 할 시점으로 보는 셈이다. 기아차의 카드가 시장에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소형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의 반격이 궁금할 따름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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