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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뜨거운 지구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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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올해를 가장 뜨거운 해로 지목했다. 1880년 기후 관측 이래 지구 온도가 가장 높았다는 것. 특히 7월은 과거 30년 간의 평균 온도보다 0.84도가 높았는데,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현상을 이유로 지목했다. 이 가운데서도 온난화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 증가로 추정하며,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감축 경고는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이 주목받은 이유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솔린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각 나라별로 탄소배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고, 어떻게든 지구의 온도 변화 폭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협약도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도 세단형 디젤 승용차 판매를 2005년부터 허용했다. 이후 매연과 질소산화물도 줄이면서 디젤이 저공해차로 부각됐고, 그에 따른 혜택도 마련됐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의 초점이 이산화탄소에 맞춰진 만큼 디젤이 각광받기에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디젤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전락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판매를 허용해 준 세단형 디젤차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0.3%(국립환경연구원)에 불과하지만 불편한(?) 시선은 세단과 SUV를 가리지 않고 모두 디젤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니 세단형 디젤승용차 이용자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이번 디젤 억제 대책은 체계적인 논의 과정을 거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이어서 여전히 논란이다. 심지어 환경부가 디젤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하기에 앞서 지난해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참석,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말이다. 

 현재 각 나라들이 줄여야 할 자동차 배출가스는 크게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질소산화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가솔린보다 디젤이 적게 배출된다. 실례로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아반떼 1.6ℓ GDi와 동일 배기량의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당 각각 121g과 104g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오히려 가솔린을 억제하는 게 맞다. 하지만 디젤은 미세먼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환경부가 가솔린 GDi 엔진과 유로6 디젤엔진의 실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검사한 결과 PM10 기준의 미세먼지는 GDi 엔진이 ㎞당 0.0010g, 디젤은 0.0011g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은 GDi 엔진이 0.011g으로 디젤엔진의 0.036g보다 적다는 게 입증됐다. 따라서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의 정책 방향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줄이는 쪽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책은 오로지 디젤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감축에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론 또한 '디젤엔진' 앞에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이란 말을 수식어처럼 사용하며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작 줄여야 하는 배출가스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지만 미세먼지가 늘 디젤차 배출가스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인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뒤로 하더라도 환경부가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를 위해 디젤 억제를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방안을 내놓는 게 순서다. 가솔린과 LP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말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은 디젤차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그러자면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오니 가솔린과 디젤이 적절히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5년 디젤 세단 판매를 허용할 때 명분이 됐던 핵심 또한 바로 '이산화탄소'였고, 디젤은 대책으로 허용해준 것이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어떤 연료가 보다 친환경인가를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휘발유나 LPG, 디젤 모두 기본적으로 환경과는 거리가 먼 화석연료여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면 특정 국가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이산화탄소를 보다 먼저 줄일 것인가, 아니면 한국 내에서 문제가 되는 질소산화물 또는 미세먼지 감축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환경정책 전문가인 카이스트 마이클 박 교수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개인의 보건의료 측면에서 줄여야 하는 것이라면 탄소는 인류를 위해 저감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어 "지금의 디젤차 배출가스 논란은 개별 사안인 만큼 큰 틀에서 에너지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구도 보호하고,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 정책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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