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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동차, 공급과 수요의 숫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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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차를 계약하시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또는 "계약 자체를 받지 않습니다." 간혹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 현장에서 겪는 일들이다. 분명 새 차를 구입하기 위해 대리점을 방문하지만 원하는 차종이 없거나 기다려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는 "아니, 인기가 많으면 생산이나 수입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한다. 시장이 요구하면 적절히 대응하는 게 기업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사의 상황은 다르다. 당장 인기가 높다고 생산이나 수입을 늘린 후 인기가 식어버리면 이른바 '재고'가 쌓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일단 생산이나 수입량을 증가하면 다시 줄이기도 어렵다. 단순히 완성차 공장의 근무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협력사들의 부품공급도 증대돼야 하는데, 관련 업체만 5,000여 곳이 넘어서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생산을 늘려도 볼트 하나 부족하면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셈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의 생산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현대차만이 아니라 부품업체의 생산도 함께 늘어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생산이나 수입 증가는 소비자의 욕구보다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쉐보레 임팔라 구매자가 늘어나도 수입량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능력도 있지만 수입 후 재고로 남을 여지가 적지 않아서다. 다시 말해 지금 인기가 높아 수입을 늘리면 완성차가 한국에 도달해 판매되는 시점은 빨라야 3개월, 늦으면 6개월이 지난 후의 일이 된다. 게다가 한국 수출 생산량을 한번 늘리면 현지 공장에서 생산물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6개월 후에 지금과 같은 계약량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와 나중에 상황을 보고 공급하겠다는 자동차회사의 입장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신차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회사의 신차 개발은 5년 후를 내다보고 시작된다. 새로운 제품을 하나 내놓으면 곧바로 후속 차종 개발에 들어가는데, 신제품이 나올 시점은 짧게는 4년, 길게는 5년 후가 된다. 그래서 5년 후의 시장을 예측해 5,000여 곳의 부품 협력사도 함께 움직이기 마련이다. 매년 신제품이 나오는 가전업계와 달리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탓할 수는 있어도 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된 온라인 판매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오프라인 영업 구조를 만들어 왔던 자동차회사로선 온라인 판매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다. 이를 두고 '왜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을 소비자들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의견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늘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 온라인과 자동차회사의 협업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포탈이나 모바일 접속 비율이 증가하면서 자동차회사도 서서히 시선을 바꾸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마케팅적 접근일 뿐 생산과 판매는 여전히 쉽게 바꾸지 못한다. 요즘 쉐보레 임팔라 구매자들이 '왜 수입량을 늘리지 않느냐'고 탓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섣불리 수입량을 늘릴 수 없는 배경에는 재고 부담이 버티고 있어서다. 지금 수입량을 늘리면 3~4개월 뒤에 물량공급이 늘어나는데, 그 때도 지금처럼 소비자가 많을 지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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