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 연기만 하던 그가 다정다감한 아빠, 삼촌의 모습을 보여줬고 에이프릴을 두르고 요리를 하니 멋에 정감까지 더해졌다. ‘시카고’ 이후 오랜만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무대에 선 이종혁을 만났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예능까지 뭘 해도 되는 이종혁은 뭘 해도 멋있기만 하다.
Q 브라운관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그래요. 누가 아이의 아빠로 보겠어요. 정말 멋있어요. 이런 말 많이 듣죠? 어때요? 기분은 좋죠. 진심인 거죠?(웃음) 좋죠.
Q 최근에 별명이 붙었잖아요. ‘프로대충러’, ‘아무말러’. 처음에 듣고 어땠는지. 좋았어요. 신선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그런 말을 생각해 냈지?’.
Q ‘벽을 뚫는 남자’, ‘시카고’ 이후 세 번째 작품이에요.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대 최연소라고 들었어요. 전작인 ‘시카고’와 비슷한 쇼 뮤지컬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비슷해요. 이번에 제가 맡은 ‘줄리안 마쉬’는 주인공이에요. 코튼 콜 인사도 맨 마지막에 해요(웃음). 예전에 봤을 때는 ‘너무 올드하지 않나?’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20주년 기념이고 무대 세트도 더 화려해지고요. 제가 직접 올라와서 연기를 하니깐 또 다르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요. 그리고 앙상블들의 탭 댄스를 보면 저도 괜히 뿌듯해요. 진짜 연출자가 되어서 저 공연을 다 만든 것 같고요. 몰입도 잘 되고 좋아요.
Q 배우 이종혁에게 ‘줄리안 마쉬’라는 캐릭터는 어떤 의미인지. 연출자로서 극을, 단원들을 이끄는 역이잖아요. 뭐랄까 전에는 나 혼자 연기했을 때와는 다르게 전부를 다 보게 되는, 그리고 작품을 올리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것 디테일 한 것을 봐야하는 연출가의 삶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연기만 했던 저에게는 또 다른 경험인거죠.
Q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연출가의 삶을 연기하는 것이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연출가라는 직업이 극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올리는데 많은 것을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마치 야구 감독처럼요. 공연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통틀어 보는 시야가 넓어져야 하니깐요. 할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또 연출이라는 직책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가면서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연출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전 내 스타일대로요. 비록 망한다 하더라도(웃음).
Q 연기자 이종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을 때가 박정자 선생님과 함께한 ‘19 그리고 80’을 했을 때라고 해요. 그때는 정말로 일주일에 매일매일 신문에 제 얼굴이 나왔어요. 물론 박정자 선생님 옆에 있긴 했지만요. 그래서 많은 분이 연극을 보러 오셨고 많은 사랑을 받았고 관계자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요. 그렇게 하다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하게 된 거죠.
Q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 ‘풍선껌’의 ‘강석준’이에요. 결혼하고 아이가 있어도 배우 중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종혁 씨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직도 여전히 역할이 들어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웃음)글쎄요. 팬들과 작가분이 알 것 같은데. ‘저를 왜 캐스팅 하세요?’ 물어볼 수도 없는 거고. 하하하. 약간 그런 거 아닐까요? 중 저음의 목소리에 아련한 눈빛에...
Q 맞아요. 에이 뭘 맞아요. 본인이 맞대(웃음). 아우, 이런 걸 제 입으로 어떻게 얘기해요. 디테일 한 눈빛 연기며 여성들의 마음을 녹이는 꿀 보이스?
Q 집에서의 반응도 궁금해요. 뭐 별거 없어요(웃음).
Q ‘신사의 품격’ 때 김은숙 작가님과 함께했죠. 작가님은 남자 배우를 참 멋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지. 김은숙 작가가 저를 주인공으로 안 쓰겠죠. 신사의 품격도 4명이 주인공이었고. 그리고 송중기에 이제는 공유 씨인데. 제가 거기에 어떻게. 참여만 하게 해주면 좋은 거죠. 에이 참.
Q ‘태양의 후예’ 카메오도 화제가 됐어요. 아직까지 회자가 되는 거 보면요. 김은숙 작가가 나중에 캐릭터 하나 준다고 했고 또 저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빨리 죽을지 몰랐어요.
Q 진짜 잠깐이었는데 강렬했어요.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Q 이종혁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상대방이든 시청자든 연기를 보고 그게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질 때. 배우가 연기하면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것 말고 일단 좋은 연기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게 하는 것.
Q 많은 배우가 예능에 도전하고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해요. ‘아빠, 어디가’ 출연 이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이 많이 나왔고요. 인정해요? 그럼요. 대상도 받았잖아요. 연예대상.
Q 그런데 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예능을 하고 있지만 예능을 하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하기 전에는 배우로서 ‘배우가 왜 그런 걸 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너무 일상적인 것까지 보여주는 건 배우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빠, 어디가’ 팀이 공연장에 계속 와서 같이 하자고 설득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거잖아요. 여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 좋았고 그걸 또 영상으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 그러고 나서 또 기분 좋게 방송이 잘 됐고 그 후로 많은 분들이 저를 편안한 이미지로 생각을 많이 해주셨어요. 이미지가 좀 더 좋아졌죠. 좋은 아빠, 좋은 삼촌. 생각해보면 제가 예능을 한다고 해서 배우생활을 못하는 건 아니니깐요. 그대신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하고요. 상쇄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Q 육아 예능에 이어 요리에요. 프로그램을 통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요리를 정말 잘하실 줄 알았거든요. 둘 중 뭐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지금 많이 좋아졌어요(웃음). 둘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즐겁고요. 섭외 들어왔을 때 바로 한다고 했어요. 배우는 것도 좋고 요리하고 맛있게 먹고 또 가족들이 좋아하고요.
Q 집에서 자주 하세요? 그럼요. 잘해요.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이제 웬만한 건 다 하는 것 같아요. 닭볶음탕이랑 떡볶이, 목살 스테이크, 감자전, 삶은 감자 샐러드 많아요.
Q 워낙 다정다감하니깐 집에서도 잘 해주실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는 어떤 아빠이고 싶은지? 친구같이 편안한 아빠? 그런데 저를 조금 존경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요즘 너무 친구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하하하. 그래도 편안한 아빠가 좋은 것 같아요.
Q 라디오 DJ도 잠깐 하셨어요. 정식으로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제안이 들어온다면 시간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Q 아침은요? 안돼요. 못 해요(웃음). 정오 지나고 오후는 괜찮을 것 같은데?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아직 ‘브로드웨이 42번가’ 뮤지컬 티켓팅을 아직 하지 않은,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감히 말씀드리건대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이번 공연이 최상인 것 같아요. 물론 다음 공연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미국 뉴욕에 있는 분위기,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뮤지컬을 본다는 느낌이 들 거에요. 놓치지 마세요. 2번 보라는 말씀은 안 드릴게요(웃음). 한 번씩은 꼭 보시면 후회는 안 하실 거예요.
기획 진행: 오아라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PD 의상: 더 스튜디오 케이, FRJ, 소윙바운더리스, 리버클래시 안경: 룩옵티컬 시계: 마르벤 백: 로사케이 슈즈: 아키클래식 헤어: 마끼에 득예 부원장 메이크업: 마끼에 전유휘 부원장 장소협찬: 호텔 카푸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