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기자] 배우 심형탁은 유쾌하다. 그가 의외의 면모를 처음 보였던 그 순간은 분명 당황스러웠고 낯설었지만 어느 순간 도라에몽을 사랑하는 배우는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KBS ‘아이가 다섯’에서 찌질하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호태 역을 열연중인 그와 bnt뉴스가 만났다. 이번 화보 속에서 대중이 기억하는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슈트를 차려입고 시크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화면에서 보이는 그의 이미지와 실제 그의 모습은 정말 똑같았다. 매 순간 진중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덩달아 즐겁게 했다. 화보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드라마 촬영 현장과 배우와 예능인으로서의 심형탁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전했다.
Q. 드라마 촬영 중에 바쁠 텐데 시간을 내줘 감사하다
젊었을 때 많이 남겨놔야 한다(하하). 사실 이렇게 많이 화보촬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이쪽 일이 그렇지 않느냐. 나를 찾아주시는 걸 굉장히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해도 항상 끝까지 즐겁게 촬영하려 한다.
Q. 출연중인 드라마 ‘아이가 다섯’ 반응이 아주 좋다
정현정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쓰시고 김정규 감독님이 연출을 재미있게 잘하신다. 밀가루 씬은 대박이었다. 거기에 재욱형과 유진씨가 중심을 잘 잡아줘 나는 거기에 얹어가고 있다. 앞으로 지금 드라마가 ‘넝쿨당’ 이후의 좋은 가족드라마가 될 거라 기대한다. 그리고 나를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아직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 기분이 좋나
배우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봐주는 게 너무 그랬다. 그 아픔보다는 ‘도라에몽 아저씨’, ‘심형탁’이라 불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그때는 내가 세상에 없는 사람 같은 기분이었다.
Q. 긴 무명시간이었다. 배우를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했는데 소집해제를 앞두고 공무원 한 분이 내게 이제 나가면 뭘 할 거냐 물으시더라. 내가 배우인 것을 알고 있는 분이었는데 기분이 너무 처참하고 세상이 두려웠다. 나가서 이를 박박 갈았다. 유명하진 않았지만 드라마를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다음 드라마를 계속 찍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했다. 그렇게 살아와서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Q. ‘아이가 다섯’ 호태 역은 예능적인 이미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순수하고 자기 일밖에 모르는 캐릭터다. 실제로 작가님이 그 부분을 보고 나를 제일 먼저 캐스팅하셨다. ‘식샤를 합시다’부터 코믹한 역할을 꽤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 내려놓았다. 머리도 손질하지 않고 펌 한 상태 그대로도 면도도 하지 않아 수염도 기른 상태인데 이렇게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드라마 처음 보고 ‘내가 캐릭터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 한 이후 첫 단막극 주연을 시켜주시고 그 이후에 ‘공부의 신’, ‘브레인’, ‘내 딸 서영이’까지 함께한 유현기 감독님이 드라마를 보시고 문자를 한 통주셨다. ‘형탁아 캐릭터 좋다. 잘 잡았다’라고. 너무 감동받았다.
Q. 파트너 심이영과는 어떤가
인간 심이영은 정말 대단하다. 한 아이의 엄마면서 여전히 동안에 귀염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항상 배우에게 먼저 다가선다. 드라마 상에서 순영이는 똑같다. ‘순수’ 그 자체다. 호태와 순영이 모두 순수하다. 내가 생각할 때는 실제 모습과 캐릭터가 최대한 비슷한 사람을 캐스팅한 것 같다.
Q. 드라마처럼 지금 첫사랑과 재회한다면 어떨 것 같나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다. 기억 속에 있는 아련한 모습과 추억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무한도전에서 “사랑이라는 게 헤어지고나면 굉장히 힘들지만 그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되더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이었지만 헤어진 이후에는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더라. 그래서 첫사랑, 두 번째 사랑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냥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Q.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형탁이란 이름을 확실하게 해준 것은 아무래도 ‘무한도전’이었다. 혹시 회의감이 들지는 않던가
분명히 생각했다. 예능 참 대단하구나(하하). 나를 기존에 방송에서 보고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마음을 풀어주셨다. 뭔가 빈틈이 있으니깐. 그래서 더 사랑받은 거 같다. 글로벌스타나 한류스타가 되진 않았지만 하루아침에 검색어 순위에 막 오르고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뀐 기분’이었다.
첫 방송 이후 유재석 형님이 전화를 주셨다. ‘형탁아 나와 줘서 고맙다. 네가 배우인데도 망가져줘서 고맙다. 그래서 방송이 더 잘나왔다’고. 전화를 받을 당시는 뚜찌빠찌가 방영되기 전이었다. 사실 현장분위기는 싸해서 편집될지 알았는데 편집으로 잘 포장해주셨더라.
Q. 그 이후에 노래방에 뚜찌빠찌가 등록됐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심형탁 한 획을 그였구나(하하). 도라에몽도 인기가 엄청 많아졌다. 콜라보레이션이 엄청나다. 일본에서도 내가 도라에몽을 사랑한다는 걸 다 알더라. 도라에몽 원화가분이 한국에 오시는데 그 분과 만나기로 했다. 원화도 받고 사인도 받을 계획이다.
Q. ‘성공한 덕후’라는 말이 있다. 심형탁은 정말 ‘성공한 덕후’ 같다
맞다.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다. 원하는 게 다 이뤄지고 있다. 2014년에는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만든 사람이 한국에서 사인회를 하는데 330명에게만 해주는 거였다. 줄서서 받으려는데 나는 337번이라 받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에 또 오셨는데 이번에는 초대를 받아서 같이 사진도 있고 한정판 선물을 받았다.
Q. 키덜트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완화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해주시더라. 키덜트, 오덕 문화를 조금 바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 데프콘 형과 제가 아니냐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바른 생활하면서 즐기는 걸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 좋은 시선도 많다. 카페에서 뒤에 내가 있는데 걔 이상하지 않냐며 욕하는 소리도 들었다. 아직까지 키덜트 문화가 양지에 확 나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길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Q. 심형탁의 일 순위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가족이다. 그다음은 도라에몽이다. 조카들이 와서 도라에몽 만져도 어쩔 수 없다.
Q. 굉장히 화목한 집안 같다
집안사정이 힘들어도 화목함 하나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금도 고물상 일을 하신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새벽 2시에 나가셔서 야채배달도 하신다. 제가 충분히 벌어다드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은 있어야 한다며 계속 일을 하신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있기에 내가 잘돼도 망가지거나 하지 않고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Q. 가장 소중한 도라에몽 아이템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보다 중요하진 않다. 조카들이 와서 망가트리거나 고양이 일구가 사고를 치면 내가 난리를 칠거라 생각하시던데 나도 기본은 되어 있는 사람이다(하하). 여자 친구 어떻게 만나냐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내가 또 잘한다. 여자 친구 만날 때 여자 친구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삶을 유쾌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Q. 원래부터 그렇게 유쾌한 성격인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굉장히 우울하게 살다가 2학년 올라가서 내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짝인 친구까지 나를 조금씩 피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보니 내게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더라. 말할 때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다른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마 예능에 반영되는 것 같다.
Q. 꾸준한 예능활동, 배우 이미지를 해칠까봐 걱정이 되진 않나
어쩌다보니 예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썸남썸녀’, ‘나 혼자 산다’에서 4차원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무한도전’에서는 바보전쟁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사람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더 찾아주시는 것 같다.
예능출연으로 인한 두려움을 많이 물어보는데 나는 없다. 예능에서 내 말투와 모습을 보여준다면 드라마는 대본과 캐릭터가 주어져 있으니깐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내 연기를 볼 때마다 도라에몽이 생각나서 집중이 안 되는 분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지금도 도라에몽 생각나세요?’라고.
물론 생각나는 분도 있겠지만(하하) 호태만을 떠올리는 분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계속 도라에몽, 도라에몽 하다보면 나중에 배우 이미지 대신 도라에몽만 남을 거라 하는데 나는 걱정 없다. 지금까지 연기 잘해왔으니깐.
Q. 댓글을 챙겨보는 편인가
사실 챙겨보다가 상처받은 적이 있어 요즘은 멀리한다. 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너무 자극적인 경우가 많아서 모두 보지 않는다. 정말 진지하게 나에 대해 써주신 기사는 본다. 그런 기사는 캡처한다. 그런걸 보면 기자들께 메일이라도 써서 드리고 싶을 정도다.
Q. 소속사에서 2년간 연애 금지령을 내렸다고
정말이다. 10년 동안 함께 해 온 회사인데 “10년 만에 기회가 왔으니 2년만 참아 달라”고 그러더라. 그래도 나도 사람인데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야지 않겠나.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재욱이형 반응이 더 웃겼다. “올해 안에 끝날 것 같은데 2년이라니, 회사에서 너무 길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하하). 재욱이형이 워낙 웃기다.
Q.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나
다음 드라마나 올해 안에 변신을 꾀하고 싶다. 정말 악역이나 순정적인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 2년간 로맨틱코미디 연기가 많아서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
Q.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오래오래 살아남고 싶다. 나이에 들어감에 따라 아버지 역할, 할아버지 역할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게 살아남는 게 배우로서의 꿈이다.
Q. 대중들이 심형탁을 생각했을 때 무엇을 떠올리면 좋겠나
아마 도라에몽을 많이 떠올리실 것 같다. ‘도라에몽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도라에몽을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이유리,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울프(wolp), STCO
시계: 잉거솔
선글라스: 라피스 센시블레
슈즈: 아키클래식, 로크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청담 부띠끄점 차다혜 디자이너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청담 부띠끄점 한마음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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