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시장이 지난 1~2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1월에 동반 하락했던 국산차는 2월엔 반등에 성공해 대조를 이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입차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수입차시장은 올들어 1월 1만6,234대로 전월 대비 33.4%, 전년 대비 18.4% 후퇴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지난해 12월말로 종료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개소세가 환원되기 전인 12월에 대거 몰린 것. 실제 지난해 12월 수입차는 2만4,366대를 팔아 지난해 월간 판매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랙홀처럼 미래 수요를 흡수한 셈이다. 국산차 역시 다르지 않았다.
1월중 국산차와 수입차가 다 같이 소비가 위축되자 정부는 1월중순 개소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국산차는 전월 대비 4.1% 늘어난 2월 성적표(상용차 포함)를 받았다. 설 연휴 등 영업일수가 평월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2월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선방을 넘어 성공적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인 인기차종이 강세를 보였고, 기아자동차 K7 등은 신차효과도 누렸다.
수입차는 그러나 판매가 더 줄었다. 전월 대비 3.5%, 전년 대비 6.5% 감소한 것. 개소세 인하 효과를 사실상 못봤다는 얘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영업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공식 논평을 내놨지만 국산차 실적을 감안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 성장의 한계가 왔다는 시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국산차와 수입차가 다른 양상을 보인 건 기본적으로 잠재수요의 규모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매년 140만 대의 예측물량 가운데 점유율이 85대 15로 유지될 때 국산차가 기대할 수 있는 잠재수요는 119만 대 수준이지만 수입차의 잠재수요는 21만 대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자동차 내수판매가 147만 대였고, 수입차는 이 중 24만 대였으니 3만 대 정도를 올해 잠재수요에서 빌려온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국산차와 수입차가 기대할 수 있는 예상 판매물량은 각각 115만 대와 18만 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개소세 인하 정책이 연장되면서 일시적으로 떨어진 실수요가 2월에 몰렸다. 다시 말해 2월 국산차 판매증가의 주된 이유는 올해 7월 이후 자동차 구입을 고려하던 소비자가 구매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올 상반기 개소세 인하효과로 늘어날 판매실적은 내년 몫이 아닌 올 하반기 잠재수요를 미리 당긴다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최근 과세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리스 이용금액 한도 제한도 수입차 구매를 주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성적은 온도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서다. 다시 말해 국산차는 115만 대에서 빌려올 수 있지만 수입차는 겨우 18만 대에서 끌어와야 한다.
물론 이런 설명은 예측에 불과하다. 시장상황에 따라 잠재수요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수입차 점유율도 지난 몇년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차 출시나 대규모 리콜 등 호재와 악재는 번갈아가며 실제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수입차시장의 한계를 거론하는 건 이미 일부 수입사에서 시장 포화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는 할인판매 등 갖가지 고육책 동원의 배경이 됐고, 할인의 반복은 결국 수익성 감소로 연결돼 작은 외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토록 만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수입차업체들은 견고한 성장 모멘텀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실적 일변도의 정책보다 시장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라야 가지가 번영한다는 뜻의 '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말은 수입차업계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그러자면 양을 늘리기 위해 질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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