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모두 네 편에 걸쳐 이어진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하 ‘기지병’) 시리즈. 감성 래퍼 원써겐과 스토리텔러 팻두와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많은 사랑을 받은 ‘기지병’ 시리즈가 그 마지막을 장식했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남녀 관계를 씁쓸해하는 의사 이야기(‘기지병1’)부터 이별 후 기억을 지워달라며 병원을 찾는 커플의 가슴 아픈 이야기(‘기지병2’), 수술 후 기억은 지웠으나 사랑의 아픔을 잊을 수 없어 의사를 찾은 남자 이야기(‘기지병3’) 등 ‘기지병’ 시리즈는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매 시리즈마다 풀어냈다.
신곡 ‘기지병4’는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가 새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마주한 남자의 이야기. 끝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선 옛 연인에 대한 서운함을 진심 어린 가사로 풀어내 리스너들의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여기에 보컬 조하니의 피처링이 곡의 감성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최근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기지병4’를 발표하고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원써겐과 팻두는 “끝을 잘 맺게 돼 기쁘다. 정말 잘 한 프로젝트 같다”고 시리즈를 끝내는 소감에 대해 입을 모아 말했다.
“계속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해요. 하지만 ‘기지병’ 시리즈가 병원에서 기억을 지워주는 내용이잖아요.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주제는 다 나온 것 같아요. 계속해서 내용을 이어가려고 해도 더 이상 만들 소재가 없네요.(웃음)”(팻두)
“원래 3편을 마지막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 감이 있어서 정식으로 끝내려고 4편까지 만들게 됐어요. 4편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원래 얘기가 됐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반전을 주기보다 최대한 정리하는 기분으로 작업했어요.”(원써겐)
사실 처음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대중성을 짙게 띤 원써겐과 강한 마니아 팬덤을 지닌 팻두가 과연 어떤 조합을 보일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 원써겐은 “워낙 색깔이 다르다보니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저는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생각했다. 각자의 색깔이 잘 나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1편 나올 당시 제가 회사를 설립할 때에요. 첫 앨범이니까 화제도 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하고 반대도 컸지만 제 기존 음악 색깔과 팻두의 스토리가 더해지면 좋은 곡이 나올 거라 생각했어요.”(원써겐)
“제 성격이기도 한데 주위에서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더라고요. 주위에서 팻두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니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더 이번 프로젝트 앨범을 적극적으로 제안했습니다.”(원써겐)
그렇다면 두 사람 각각의 색깔이 더해진 ‘기지병’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먼저 원써겐은 소설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괴짜 의사 캐릭터 콘셉트를 따왔다. 이를 토대로 팻두는 ‘기지병’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이와 동시에 원써겐은 대중성 짙은 음악을 탄생시켰다. 이 모든 것이 더해진 ‘기지병’에 대한 첫 내부(회사) 반응은 물론 좋지 않았다. 허나 원써겐은 팻두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1편에서는 어느 정도 조율하기도 했지만 2편부터는 팻두에게 전적으로 맡겼어요.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팻두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제가 원하는 포인트를 잘 살려주더라고요. 처음주위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좋지 않았죠. 하지만 곡을 발표하고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다 보니까 내부적으로도 팻두에 대한 신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원써겐)
팻두 역시 원써겐에 대한 강한 믿음이 이번 프로젝트 앨범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작곡가들과 곡 작업 할 때는 제 색깔을 절대 버리지 못한다. 이상하게 원써겐과 곡 작업을 할 때는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 시작했다.
“원써겐이라면 저의 무리하고 오버스러운 부분을 절제시킬 수 있어요. 다른 뮤지션들과 작업할 때는 제 색깔에 맞춰주기를 바라거든요. 원써겐과 작업할 때는 이상하게 자꾸 따르게 돼요. 워낙 원써겐의 음악적 퀄리티도 높고, 뮤지션으로서의 믿음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팻두)
“저는 원래 개인적으로 대중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누가 들어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요. 하지만 제 주위에는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그러던 중 원써겐을 만나게 됐고, 함께 ‘기지병’ 작업을 하면서 대중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물론 지금도 제 개인적으로도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요.”(팻두)
이날 팻두로부터 지난 2006년 첫 솔로 앨범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개인 음악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기지병4’를 포함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8곡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을 만큼 활발하게 활동 중인 팻두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 즉 스토리텔링 음악으로 차별화된 색깔을 띠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 허나 평범하지 않은 소재의 스토리텔링 곡들이 대중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면서 팻두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팻두는 “누군가 제 음악을 듣고 불쾌하게 여긴다고 해도 또 누군가는 제 음악을 듣고 위로를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단 한 명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계속 음악을 하고 싶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 ‘쏘우’가 무서운 거지, 그 작품을 만든 영화감독이 무서운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안다. 저도 똑같이 감독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를 듣던 원써겐 역시 “뮤지션마다 각자의 색깔이 다른 것처럼 팻두 역시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 한다. 저 역시 팻두의 음악 스타일을 존중하고, 앞으로 들려줄 그의 음악에 기대감을 갖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써겐과 팻두는 “‘기지병’ 시리즈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비슷한 구조의 새 프로젝트 앨범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히며 향후 들려줄 또 다른 시리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우선 ‘기지병’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원써겐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으니까 아마 또 비슷한 스타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돼요.”(팻두)
“저와 팻두의 음악적 노선은 다를 거예요. 저도 저대로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이 있고, 팻두 역시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두 사람이 합작 프로젝트 앨범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융합할 지를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원써겐)
원써겐과 팻두에게 서로 너무 다른 성향,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예상을 뒤엎고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았나. 두 사람이 보여줄 또 다른 합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부디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사진제공: 뉴런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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