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장미꽃이 핀다. 집 앞 화단에 꽃을 돌보던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한 듯 꽃봉오리들이 환하게 만개하며 그의 마음을 알린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20세기 단편소설가 마르셀에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극은 1940년대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에 사는 평범하기만 한 공무원 듀티율이 어느 날 자유자재로 벽을 드나들 수 있게 되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노래한다.
‘벽을 뚫는 남자’는 배우 유연석의 뮤지컬 데뷔작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의 연기력과 안정적인 가창력은 이미 많은 후기들로 입증된 상황. 그의 연기와 노래는 큰 의심 없이 공연장에 들어갔다. 막이 오른 뒤 그의 연기와 가창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벽을 뚫고 다니는 듀티율을 위한 무대.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벽을 뚫고 다니는 모습을 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벽을 뚫는 남자’가 선보이는 마법 같은 연기. 그 답은 프로덕션에 있었다. 무대와 조명, 음향 3박자가 2시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극중 듀티율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벽을 뚫는 능력을 사용한다. 그는 벽 너머 슬퍼하는 길거리 여인에게 반짝이는 목걸이를 전해주고 굶주린 거지에게 빵을 전해준다. 이어 은행에 들어가 부자들의 금고를 살펴보다 비리를 발견하는 등 동화 같은 이야기와 무대에 보는 내내 웃음을 잃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무대 곳곳에 숨겨진 소소한 디테일은 극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킨다. 듀티율이 사랑에 빠지는 여인 이사벨을 보는 순간 그가 돌보고 있던 장미꽃들이 활짝 개화한다. 또 몽마르뜨 언덕의 화가가 붓을 흔들면 무대가 형형색색 조명으로 뒤덮이는 등 회전이 없는 무대를 최대한 활용해 지루함을 줄인다.
아울러 마지막 커튼콜은 ‘벽을 뚫는 남자’의 백미로 손꼽을 수 있다.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월급루팡인 우체국 직원들과 신문팔이 소년의 이야기부터 벽을 뚫는 남자의 이야기까지 2시간 동안 노래한 넘버들을 총정리한다. 이어 모든 출연진이 함께 노래하는 피날레 곡 ‘아름다운 인생이여’는 소박한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듀티율의 이야기로 대단할 것 없다 해도 괜찮은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긴다.
한편 ‘벽을 뚫는 남자’는 2016년 2월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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