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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파일]자동차 발전의 원동력은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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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튜닝'하면 한국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무엇일까? 요란한 데칼과 조명으로 치장하고 굉음을 내뿜는 소위 '양카'일까? 아니면 비싼 돈을 들여 달리기 성능을 끌어올린 외제 스포츠카가 그려질까? 갖가지 모양의 휠과 보디키트, 속살을 드러낸 차와 작업대의 모습일까?






 지난 3-6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대형 튜닝 전시회 2015 세마쇼는 기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머슬카와 픽업트럭이 튜닝의 단골 소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령이 수십년이나 된 올드카들이 튜닝돼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울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신 스포츠카나 대형 트럭만큼이나 튜닝된 올드카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오래된 차를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작업을 '리스토어(Restore)'라고 한다. 세마쇼에 출품된 올드카들은 리스토어를 넘어 빌더들의 개성이 듬뿍 담긴 튜닝카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차들도 많았다. 긴 세월을 지내온 차들이 튜너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도로 위를 누비고, 전시장에서 애호가들의 관심받는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세마쇼는 미국에서 열리는 행사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미국차들이 주류를 이룬다. 완성차 업체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특히 포드의 경우 가장 큰 공간을 확보하고 50대 이상의 튜닝카와 커스터마이징 제품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쉐보레와 FCA 역시 만만찮은 규모로 세마쇼에 참가했다. 유명 튜너들과 협업한 작업물을 전시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 제품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반 완성차 모터쇼처럼 최초 공개되는 신차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세마쇼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 건 미국인들의 미국차 사랑이다. 포르쉐나 벤츠, 아우디, 알파로메오 등 유럽산 차를 좋아하는 미국인도 있지만 캐딜락과 뷰익, 포드, 크라이슬러, 짚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 등 소위 머슬카는 미국 자동차 문화의 특징 중 하나다. 하나하나 기억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던 머슬카의 튜닝 사례들은 이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자동차 문화와 제품을 사랑하는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지금은 비아냥거리로 전락했지만 한때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강력했던 버팀목 중 하나가 '애국심' 마케팅이었다. 우리가 만든 차를 우리가 애용하자는 감정의 호소다. 물론 1980-1990년대 국산차의 품질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소득수준과 세제 등 여러 가지 사항이 얽혀있긴 했지만 국산차 업체들이 지금의 눈부신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국산차 사랑'에 힘입은 든든한 내수 판매였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생산 기준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 됐다.






 하지만 5위권에 걸맞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역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냉소적인 사회 분위기가 우리 자동차 문화 성장에 발목을 잡는걸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랑하고 열광할만한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가 뒷받침돼야 지금보다 앞을 내다볼 수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로 문화를 공유하는 것, 어쩌면 자동차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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