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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동차는 '탈 것(riding things)'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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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의 기본 속성은 '이동(移動)'이다. 손쉽게 원하는 장소로 옮길 수 있어 140년 동안 대중의 이동수단으로 자리해왔다. 이동을 위해 바퀴가 달리고, 바퀴가 회전할 수 있는 동력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140년 지속돼 왔던 이동 수단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움직임의 안정을 위해 '네 바퀴'가 기본이던 자동차 외에 세 바퀴, 그리고 두 바퀴 이동 수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화석연료로 지탱했던 동력발생 또한 전기로 대체되며 이제는 누구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쉽게 보면 엔진 의존도가 떨어질수록 기술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덕분에 이동 수단은 지금보다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자동차회사가 아닌 샤오미가 전동 휠 '나인 봇'을 만들 수 있었고,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진출을 선언하며 140년의 역사의 견고한 자동차산업을 넘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론 다양한 이동 수단의 개발은 자동차회사도 적극적이다. 그 중에서도 토요타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이미 3륜 '아이 로드(i-road)'를 선보였고, 나인 봇과 비슷한 전동 휠도 판매 중이다. 또한 순수 EV와 하이브리드까지 네 바퀴 영역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가 확고하다. 현대차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보행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입는 로봇을 준비 중이다. 이외 벤츠와 GM, BMW 등도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새로운 개념의 이동 수단을 이미 개발했거나 완료한 상태다.






 그런데 자동차회사가 내놓는 다양한 이동 수단의 공통된 특징은 거리에 따라 특성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쉽게 보면 두 바퀴는 가까운 거리, 세 바퀴는 그보다 먼 거리, 그리고 네 바퀴는 장거리에 적합토록 만들어진다. 그 이유는 거리별로 적절한 수단을 제안해야 제품 간 상호 간섭을 줄일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두 바퀴 전동 휠을 네 바퀴 자동차에 싣고 장거리 이동 후 다시 가까운 거리를 갈 때 전동 휠을 사용토록 유도하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이동 수단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되고, 이 경우 완성차회사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주력인 네 바퀴 사업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반면 새롭게 진입한 기업에게 완성차회사의 이런 고민은 오히려 기회다. 사업 구조 상 네 바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약점을 두 바퀴, 또는 세 바퀴로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새로운 이동 수단을 선보이는 기업은 IT 분야를 주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기존 '네 바퀴' 사업에 얽매일 필요조차 없다. 그래서 이들은 자동차 경쟁자가 아니라 '모빌리티(Mobility)' 경쟁자로 분류한다.

 기본적으로 '모빌리티' 안에는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모든 수단이 포함돼 있다. 바퀴 수를 가리지 않고, 동력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이동이 가능하면 그게 바로 '모빌리티'다. 그래서 장기적인 미래 관점에서 모빌리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사회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3D 프린터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필요한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IT 기술 진화는 자동차회사의 마지막 보루 항목으로 여겨지는 안전성도 확보해줄 수 있다. 사물인터넷 연결로 어딘가 부딪치는 것 자체를 원천 제거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일부 미래학자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생존할 기업으로 '에너지'를 꼽는다. 인류 지속을 위해 '식량'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움직이는 모든 이동 수단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석연료 사용 규제는 새로운 에너지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기 마련이다.
 




 최근 토요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미국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이동 수단 관점이라면 새로울 게 없지만 동력원이 '수소'라는 새로운 에너지다. 현대차 또한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 미래 생존 운명을 걸었다. 그런데 토요타는 미라이를 통해 수소 시대의 선구자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른바 이동 수단은 물론 그에 필요한 에너지도 직접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탈 것'은 미래에 누구나 만들 수 있어서다. IT 업체들이 그들의 확장성을 위해 자동차 영역을 건드릴 때 자동차회사는 IT의 기반마저 휘잡는 에너지를 움켜쥐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의 자동차는 '탈 것(riding things)'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움직이는 힘(에너지)을 누가 쥐고 있느냐다.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 전쟁에  자동차회사가 뛰어든 배경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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