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인턴기자] ‘이선균의 원맨쇼’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117분간 활약하는 그의 원맨쇼를 보며 행복했다.
‘성난 변호사’(감동 허종호)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사건을 맡아 승소를 100%를 확신하는 순간 시작된 반전에 자존심을 짓밟힌 에이스 변호사가 벌이는 통쾌한 반격을 그린 영화다.
사실 영화 속 변호성(이선균)은 제목처럼 그다지 성을 내거나 까칠한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파스타’ ‘끝까지 간다’ 속 이선균을 기대한 이들이 본다면 실망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선균의 분노는 전에 비해 미미하다. 다만 그가 표현한 변호성이 어느 부분에서 화를 내는지를 관전 포인트로 둔다면 꽤나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하는 변호사는 선과 악 중 한 곳에 치우친 평면적 인물이었지만, 극중 변호성은 얄미울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그보다 더 중요한 ‘가오’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어떤 재판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과 뛰어난 언변, 논리적인 주장으로 ‘명불허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변호사라고 하면 정직하고, 검소하고, 정의로운 것이 최고일 것 같지만, 이선균이 보여주는 변호사는 이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 많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즈음 우리는 이선균이 보여준 능글맞고, 현실적이고, 독한 변호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겸손하지 않아도 충분히 프로패셔널한 변호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겸손한 척, 정직한 척하는 모습보다 자신의 신념 앞에서는 갑과 을을 가리지 않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은 하되, 자신의 상식에 어긋나는 점에는 주저 없이 행동으로 응징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몇이나 있겠는가.
“군더더기 없고 RPM 높은 전개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허종호의 바람처럼 영화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쫄깃한 긴장감으로 눈을 뗄 수 없다. 단순하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기하는 영화는 촘촘한 시나리오로 계속해서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겼다.
허종호 감독과 이선균, 김고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동문이다. 이 점에 대해 이선균은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동문끼리 영화를 해서 잘못하면 학교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이선균의 걱정은 기우로 판단되며, 스크린을 통해 만난 세 사람의 호흡은 감히 ‘한예종의 가오’라 표현하고 싶다. 10월8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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