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영화 ‘괴물’의 소녀가 이렇게 무섭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마냥 소녀같았던 고아성이 칼을 갈고 스크린에 앞에 섰다.
‘괴물’ ‘여행자’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 등 충무로부터 할리우드까지 넘나들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고아성이 이번에는 스릴러로 관객들을 찾았다. 한없이 여려보였던 소녀의 대변신이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고아성을 만나 ‘진짜 여배우 고아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피스’(감독 홍원찬)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고아성은 오로지 정직원만을 바라보며 다른 직원들의 무시와 괄시도 꿋꿋이 견디는 평범한 20대 인턴 이미례 역을 열연했다.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세계 유수의 10여개 해외영화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공식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고아성에게는 유독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잡은 작품들이 대다수다. 많은 배우들이 그러하듯 고아성 역시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당연. 다채로운 필모와 심도 깊은 캐릭터들, 그리고 그 끝에는 고아성만의 리듬이 있단다.
“지금 연기하고 있는 게 재밌고 좋지만 왠지 그 반대의 상상을 하게 돼요.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는 여름이 그리운 것 처럼요. 그런 마음이 ‘설국열차’때 부터 있었어요. 현실에서 소스를 얻을 수 없는 캐릭터라서 다음에는 자연스러운 현실 캐릭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을 했고, ‘우아한 거짓말’을 할 때는 감정에 절제된 캐릭터다보니 다음에는 표출, 발산하고 싶더라고요. 그 때 ‘오피스’를 만났어요.”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다양한 영화를 젊을 때 빨리 하자는 생각이에요. 시행착오는 일찍 겪자는 마음으로 다양하게 시도를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남자 배우는 40대부터, 여자 배우는 30대부터 시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꾸미지 않았지만 고아성에게만 풍기는 아우라가 분명 있다. 무서운 신인의 등장이라고 칭해졌던 ‘괴물’ 이후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에 부담은 없었을까. 대답은 ‘NO’다.
“그 순간이 어릴 때 찾아와서 다행이에요. 제가 천만 관객이라는 스코어를 만든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았던 거죠. 그래서 편안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연기를 몇 번 하고 괴물이라는 작품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배우가 감독에게 갖는 신뢰가 뭔지 잘 알겠더라고요. 여전히 감독님은 제 조력자세요.”
“만약에 여러 영화를 겪고 난 후 대단한 배우님들과 감독님을 만났으면 더 뿌듯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뿌듯함을 시작부터 놓친 기분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감사한줄 모르고 촬영을 했기 때문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서 작품을 했으면 변화가 생겼지 않았을까요? 처음부터 그랬기 때문에 이렇게 무던한 성격을 가졌을 지도 몰라요.”
92년생, 이제 20대 중반에 다다랐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보다 생각도 표현 방식도 조심스러웠다.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을 한 단계씩 뛰어 넘는 이미례의 모습이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하지만 고아성은 캐릭터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천상 배우’였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존재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영화가 주인공에 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이미례를 어디까지 보여드려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 역시 ‘연기보다는 미례가 가진 처연함을 유지시켜 달라’고 요구하셨어요. 결과물을 보니 저 뿐만 아니라 어느 배우 한 명 힘을 준분이 없더라고요. 다들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한 거였어요.”
“분명히 배우를 하면서 어쩔 수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르시시즘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원동력이 돼야 하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영화제나 인터뷰 등 공식적인 자리를 가져야 할 때요. 그 순간을 비율로 따지자면 1% 예요. 연기를 할 때나 준비를 할 때에는 자존감이 낮은 시간을 많이 보내요. 괴리감이 99%인 시간요. 그래도 패턴이 그려져서 다행이죠.(웃음)”
마지막으로 고아성은 ‘오피스’의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어느 조직생활에서나 있는 인간관계의 폭력들, 그 폭력을 많이 공감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