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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파일]불편함도 마케팅이 되는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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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바탕글> 포르쉐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모든 차종의 키 홀을 스티어링 휠 왼쪽에 배치한다. 이를 두고 불편하다는 소비자도 많다. 하지만 불편함을 불만으로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불편함도 전통'으로 여겨 온 브랜드 철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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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바탕글> 포르쉐가 키 홀더를 왼쪽에 둔 것은 모터스포츠 때문이다. 과거 르망24 경기는 시작점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이 신호에 맞춰 경주차까지 달려가 출발했다. 조금이라도 먼저 시동을 걸기 위해 왼손으로 시동을 걸면서 오른손으로 기어 레버를 조작해야 0.1초라도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경주차들은 스티어링 휠 왼편에 키 홀을 뒀다.


<P class=바탕글> 물론 지금은 대부분 엔진 작동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제조사가 왼쪽 키 홀을 오른 쪽으로 옮겼지만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DNA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 싫다면 포르쉐를 사지 않으면 된다는 이른바 역심리 마케팅을 추구한다. 


<P class=바탕글> 일반적으로 '역심리'는 마케팅 기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상점에 간판을 달지 않거나 알려지기를 꺼리는 리조트 등이 해당된다. 굳이 마케팅을 하기보다 사람들이 오히려 찾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워시번 리서치 센터의 특별연구원이자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의 폭스경영대학 마케팅 인드라짓(Indrajit) 부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역심리 마케팅(Reverse psychology marketing)'에서 일부 기업이 소비자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사든지 말든지' 자세를 고수함에도 고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충성 고객에 대한 철저한 통찰이라고 말한다. 이미 제조사가 해당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역심리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포르쉐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키가 보편화된 후에도 키 홀의 자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위치하며, 스타트 버튼이 아니라 열쇠처럼 돌리는 방식이다. 키가 꽂힌 상태처럼 보인다고 해 '더미(Dummy) 키'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잊지 않으려는 계산이다. 그만큼 포르쉐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포르쉐도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개선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작은 불편 하나도 곧 포르쉐 DNA로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신차는 무조건 이전 제품보다 빨라야 한다'는 제품 철학은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브랜드를 강조할 뿐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돌린다. 그러니 불편함도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게 바로 포르쉐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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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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