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장재인이 말하는 ‘리퀴드’한 방식이다.
6월10일 가수 장재인이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새 미니 앨범 ‘리퀴드(LIQUID)’ 발매 기념 청음회를 개최했다.
이번 앨범 테크니컬 프로듀서로 참여한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진행을 맡은 이날 청음회에서 장재인은 선공개곡 ‘나의 위성’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를 포함한 새 앨범 ‘리퀴드’의 모든 수록곡들과 각각의 곡설명을 직접 들려줬다.
새 앨범 ‘리퀴드’는 3년 만의 컴백 작품이다. 지난 2013년 발병한 근긴장이선종으로 인해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장재인은 그동안 음악 외 독서, 여행, 에세이 작업 등을 통해 한층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장재인은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라 굉장히 설렌다”고 운을 뗐다. 장재인은 “제가 노래를 다시 하게 됐다는 것에서 의미 있는 앨범이다. 그간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일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투병, 음악 활동 중단 그리고 컴백
다시 무대 위 가수 장재인으로서 대중 앞에 선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큰 의미로 여겨졌다. 장재인은 “이번 앨범에 가장 큰 의미는 복귀라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을 그만 하려고 했었다. 더 이상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관리하니까 체력도 좋아지더라. 그래서 복귀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장재인은 체력과의 싸움을 이어왔다. 그는 “제 몸 상태 때문에 진행하던 앨범 작업을 멈춘 적이 있다. 그런데 노래를 안 하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치료와 건강 회복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에 회사에 말씀드려서 이렇게 앨범을 내게 됐다”고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장재인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 이상 치료에 진전이 없다”고 밝힌 장재인은 “제가 계속 데리고 가야 할 저의 한 부분이다. 한, 두곡 정도 기타 연주는 가능하지만 계속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기타를 내려놓은 거나 마찬가지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 부를 날을 기대한다. 희망을 가져보겠다”고 전했다.
◆ 장재인의 ‘리퀴드’한 시선
‘리퀴드’는 오늘날 남녀 간 사랑 방식을 장재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앨범이다. 흐르는 액체를 뜻하는 리퀴드처럼 사랑 역시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내용을 담고자 했던 것. 특히 장재인은 전곡 작사에 참여하며 그가 직접 경험했던 혹은 전해 들었던 수많은 연애담을 바탕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공개된 6곡은 모두 철저하게 장재인의 시선으로 구성됨과 동시에 성숙해진 여성의 면모를 엿보였다. 그 배경에는 모든 곡의 가사를 장재인이 직접 썼기 때문일 것. 그는 작사 활동에 대해 “제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며 “윤종신 PD님이 제 글을 보고 날이 서있고 엣지 있다는 평을 해 주셨다. 순간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저는 가사를 쓸 때 어떤 순간의 느낌, 찰나의 움직임을 몇 백번 반복해서 생각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작곡에 대한 간절한 열망도 내비쳤다. 장재인은 “작곡 스타일을 바꾸려고 한다. 조금더 멜로디컬하게 만들고 싶고, 편곡 공부도 많이 하고 싶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제가 직접 작곡을 하고 편곡에도 참여하는 앨범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고 밝혔다.
장재인은 “쉬는 동안 주위의 연애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접했다. 개인적인 연애 경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섞여서 ‘리퀴드’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연인 사이의 사랑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배려와 존중…핵심 키워드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는 남녀가 함께 하룻밤을 보낸 후의 상황을 그린 곡이다. 노래 속 여자는 어색한 분위기에 심각해질 필요 없다며, 나중에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남자를 배려한다. 배려와 존중. 이 두 가지가 핵심 키워드다.
이에 대해 장재인은 “내가 나를 존중하듯 너의 이야기도 존중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여자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이고 싶었다. ‘밥을 먹어요’라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밥을 안 먹으면? 그냥 이대로 안녕일 것이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주체적인 여성의 표현은 앨범 재킷 결과물에서도 드러났다. 과감한 상의 탈의 콘셉트에 대해 장재인은 “제가 직접 제안을 했다. 회사의 강요나 강압은 없었다. 제 앨범에 담긴 모든 콘셉트가 재킷에 다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 더 과감한 컷도 있는데 그건 앨범 속지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조정치가 “자신 있었느냐”고 묻자 장재인은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저인채로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장재인은 “100점 만점에 몇 점?”라는 질문에 “100점주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상황,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 작업 기간 동안 제 모든 시간을 쏟아서 만든 앨범이다. 그렇기에 최고가 나온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 활동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달을 시작으로 쟁쟁한 가수들이 컴백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장재인은 “제 색깔을 내며 리퀴드 하게 활동 하겠다”며 특유의 시크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와 같이 장재인은 청음회 내내 ‘리퀴드’한 모습을 강조했다. “앨범 작업 과정에서 리퀴드 하기 위해 노력했다”든지 “리퀴드하게 살 수 있다면 좋은 것 같다”와 같이 말이다. 이 모습에서 한층 겸허해지고 성숙해진 장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짓궂은 질문에도 센스 있게 대답하고, 껄끄러운 부분마저 부드럽게 넘기는 장재인은 충분히 ‘리퀴드’한 여성이었다.
한편 이번 장재인 새 앨범 ‘리퀴드’는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서 내는 첫 앨범이다. 총괄 프로듀서 윤종신이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며, 조정치가 대부분의 편곡에 참여했다. 더불어 가수 하림과 조규찬이 수록곡에 코러스로 참여해 깊은 감성을 더했다. 11일 정오 발매. (사진제공: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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