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믿고 들을 수 있는 바닐라 어쿠스틱이 될게요.”
최근 3집 정규 앨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Part.2를 발매한 그룹 바닐라 어쿠스틱(Vanila Acousitc)과 bnt뉴스가 인터뷰를 가졌다. 가요계 데뷔 8년차인 바닐라 어쿠스틱은 바닐라맨, 성아, 타린으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밴드다.
지난해 6월 발매된 3집 정규 Part.1에 이어 ‘에우다이모니아’의 마침표를 찍는 Part.2는 전반적으로 “외롭고 슬픈”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앨범 타이틀인 ‘에우다이모니아’의 의미가 “행복”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감성의 연결이다. 이에 대해 바닐라맨은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궁극적으로 행복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앨범 타이틀이 ‘행복’이지만 흔히 알고 있는 행복을 말하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슬픈’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했어요.”(바닐라맨)
‘에우다이모니아’에는 타이틀곡 ‘1분도 못버텨’를 포함해 ‘론리드라이브(Lonely Drive)’ ‘그런 사람(Hello)’ ‘니가 궁금해’ ‘러브럽’ ‘반말도 못했어’ ‘언제쯤일까요?’ 등 모두 7곡이 수록됐다.
1분도 못버텨
타이틀곡 ‘1분도 못버텨’는 옛 연인에게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 번쯤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가슴 한쪽이 찡해지며 마치 “내 이야기”인 듯 크게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바닐라맨의 실제 “이별”이 큰 몫을 했다. 의도적인 공감을 자아냈다기보다 실제 그의 감성들이 리스너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바닐라맨은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겪은 이별의 상황 속 심정과 감성들을 곡에 녹여내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바닐라맨은 이번 정규 앨범 작업 동안 “음악적 침체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가요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너리즘”이 의심될 만큼 바닐라맨에게는 반복적인 음악 작업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제가 만들어낸 그 어떤 음악도 다 싫은 거예요. 예전에는 만들고 나면 ‘좋네?’라고 했는데 이번에 작업하면서는 ‘이게 맞는 걸까?’라는 의심부터 들었어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 안에서 부단히 많은 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죠. 바닐라 어쿠스틱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중적인 코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바닐라 어쿠스틱 노래가 대중가요와 인디 음악 그 중간 단계에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바닐라맨)
멤버들 역시 바닐라맨의 곡 작업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 마디씩 했다. 먼저 타린은 “바닐라맨의 곡들은 장르가 정말 다양하다. 바닐라 어쿠스틱의 리더로서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외부 작업물 역시 퀄리티 높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성아는 “바닐라 어쿠스틱만의 색깔 있는 곡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스타일의 음악 역시 소화해 낸다. 가끔 공장처럼 기계적으로 뽑아내는 것 같다.(웃음)”고 전했다.
이를 들은 바닐라맨은 쑥스러운 듯 웃음 짓더니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성아는 물 같고 공기 같이 팀에서 치명적인 존재다. 또 타린은 공연장에서 더욱 빛나는 친구다. 우리가 함께 합을 맞춰 온 세월이 있기 때문인지 바닐라 어쿠스틱의 음악을 할 때 가장 만족도가 높다. 현재 바닐라 어쿠스틱은 다 같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고 화답했다.
바닐라 어쿠스틱 스러운
조금은 의아했다. 바닐라 어쿠스틱 같이 색깔이 강한 인디 그룹도 드물 것이라 여겼는데 정작 그들은 “바닐라 어쿠스틱만의 색깔을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고 털어놨기 때문. 멤버들에게 “바닐라 어쿠스틱 스럽다”는 표현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바닐라 어쿠스틱의 색깔에 대해서는 사실 저희가 모르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스너들이 가장 정확하게 알지 않을까요? 다만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움을 최대한 빼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평이해질 수도 있지만 제가 가장 원하는 색깔은 ‘자연스러움’이에요. 자연스러움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다 보면 일정한 색깔이 나올 것 같아요. 그게 곧 바닐라 어쿠스틱 스러운 음악이겠죠.”(바닐라맨)
“저도 요즘에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특히 녹음할 때 그 색깔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제 느낌대로 노래를 불렀다가도 바닐라 어쿠스틱만의 색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다시 바꿔 부르기도 하거든요. 딱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은 알아요.”(성아)
“제가 보기에는 바닐라맨 오빠의 곡을 성아 언니가 부르기 때문에 ‘바닐라 어쿠스틱 스럽다’는 표현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만약 다른 보컬 분이 부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바닐라맨 오빠가 성아 언니의 음역대에 맞게 곡을 쓸 테니까요. 또 이런 작업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될 테고 그 분위기의 곡들이 모이면 바닐라 어쿠스틱의 색깔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요?”(타린)
이날 바닐라 어쿠스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불어 이번 앨범 타이틀인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을 접목, 멤버들은 “사랑”의 어느 과정 속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낄지 궁금해졌다.
“불편한 감정이 좋아요. 약간의 긴장감이요. 연인사이에서 너무 편해지거나 당연한 존재가 돼버리면 권태를 느낄 수도 있잖아요. 행복을 찾는 것이 때로는 허상을 좇는 것 같기도 한데 모두 이룰 수 있는 동경일거예요.”(바닐라맨)
“서로간의 믿음이 확실할 때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에게 호감이 가득할 때가 좋고요. 잘 모르니까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구나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영원한 내 편이라는 말도 참 행복하네요.”(성아)
“저는 일상 속 우리가 겪는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각각의 존재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고요. 개인적으로 스스로 무너질 때 저를 잡아주는 좌우명이 ‘작은 것에 기뻐하자’인데요. 이처럼 행복을 느끼는 사랑의 순간은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거라 생각해요.”(타린)
바닐라 어쿠스틱은 6월에 개최할 단독 콘서트 예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3집 정규 앨범 수록곡들의 무대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바닐라맨은 “곡 특성 상 라이브 무대에 맞게 편곡 과정에서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최대한 앨범에서 전해지는 감동을 그대로 선사 하겠다”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바닐라 어쿠스틱의 끝인사를 들어봤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새 앨범이 나왔으니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바닐라 어쿠스틱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바닐라 어쿠스틱의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제공: 쇼파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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