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 1호 자동차정비 명장인 폴리텍1대학 자동차학과 김관권 교수는 자동차 분야에서는 경연대회를 통해 명장에 등극한 유일의 케이스다. 명장제도가 처음 개설된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경연 대회를 열었지만 그 이후부터 대회를 치루지 않고 서류와 각종 심사로만 명장을 선정하고 있어서다.
1956년생인 김 교수는 급격하게 기울어진 가정 형편으로 1972년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에 앞서 삼영자동차공업사에 취직, 자동차 정비와 연을 맺게 된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여서일까? 김 교수는 낮에 정비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에는 기계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에 대한 흥미와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상 어쩔 수 없었죠."
김 교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육군 수송부 정비병으로 입대, 제대 후 현대차에서 근무한 뒤 1982년에 정수직업전문학교 정비교사로 입사해 기능 교육인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1996년 학교가 기능대학으로 승격되면서 그해 2월부터 현재까지 폴리텍1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어릴 적부터 꿈은 교사였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더 채워 나가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돌다리가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직업교육인으로서 김 교수는 그동안 실무능력 배양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대학은 학술적으로 요구되는 부분도 있어 1987년 서울산업대학교 야간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공학석사 학위까지 받게 된다. 이 모든 학업과정은 야간에 이뤄졌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이다.
"저의 좌우명은 '더'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자는 의미로 그렇게 정하게 됐습니다. 보던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고자하면 머릿속에 '더'라는 글자가 보여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산업안전과 건설, 기계 분야까지 그의 영역을 넓혀주었고, 결국 김 교수는 총 14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런 김 교수에게 크나 큰 시련이 또 한번 찾아왔다. 22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다쳐 하반신 일부가 마비된 것. 무려 8일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김 교수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어려움에 주저하지 않고 그는 자신이 그래왔듯 어려운 환경에서 자동차 기능인이 되고자 하는 후학 양성에 주력하기로 더욱 굳건히 마음을 먹게 된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 교수가 가르친 제자들은 각종 기능경기대회에 출전, 많은 입상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1,000명이 넘는 동문회를 직접 구성해 신기술과 정보 습득을 교류하는 등 후원인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자신과 제자들이 가진 기술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도 했다. 17년 전부터 장애인들의 차를 대상으로 매년 200여대를 졸업 및 재학생들과 함께 교내 실습장을 이용해 무상 점검정비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는 "제 몸이 불편해진 뒤부터 내가 가진 재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답은 굉장히 쉬웠습니다. 바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차를 고쳐주자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십수년간 이어온 봉사활동의 계기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정비 기술 분야의 또 다른 장인으로 꼽히는 BMW코리아 장성택 기술이사와 폴리텍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재학 당시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다고 한다. 덕분에 BMW코리아와 인연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산학협력으로 BMW코리아에 후학들이 많이 취업하고있으며 실습용 차도 지원받고 있다.
이런 그에게 '명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명장이라고 해서 스스로 최고라고, 모든 것을 통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분야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많다"고 말한다. 이어 "다른 기술과 달리 자동차 분야는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김 교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사람을 처음 볼 때 발 밑을 먼저 봅니다. 늘 상대가 나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학생들 역시 저를 이용하고 밟고 올라서 더 큰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진솔한 그의 철학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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