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스스럼없이 “못생겼다”고 자평하는 얼굴.
더할 나위 없는 진지함에 “아니에요”라며 기자가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그 얼굴을 두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얼굴”이라고 정리하기로 했다.
묵묵한 허곤(오정세)의 오른 팔을 연기했던 ‘하이힐’이나, 수다스러운 게이 역할이었던 ‘원나잇 온리’ 순진한 소매치기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겁을 집어 먹은 탈영병 ‘명량’까지. 그를 모를 수는 있어도, 그를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최근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 개봉과 더불어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조복래는 변화무쌍한 얼굴만큼이나 셀 수 없는 빽빽한 속내를 가진 배우였다.
“10분의 1 정도 표현한 것 같아요. 송창식 선생님은 이 작품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습들이 더 많거든요. 송창식 박물관에 가면 영상부터 음악들까지 쫙 있어요. 그걸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냥 저는 젊은 분들에게 송창식이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송창식이라는 왕국으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
자신만만하고 자유로운 남자. 바가지 머리에 허름한 야상재킷을 걸쳤지만, 꼿꼿한 태도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인물. 스크린 속 조복래는 송창식을 떠올릴 수 있는 조건들을 채워나갔지만 “관객들보다 선생님의 눈이 더 두려워”서 무대인사 때마다 사과의 인사를 남겼다. 전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었다.
“VIP 시사회에 ‘쎄시봉’ 선생님들이 오셨어요. 전해 듣기로는 쫑파티에서 송창식 선생님이 기분이 엄청 좋으셨었다고. (웃음) 물론 영화가 재밌어서 그러셨겠죠.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나쁘게 보시진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계속 옆자리에 앉아서 ‘선생님 어떠셨어요’하고 물었어요. 선생님께서 ‘몇 개월만 더 연습하면 가수해도 되겠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쌓였던 압박감이나 긴장감이 녹는 것 같았어요.”
배우에게 실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당사자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단순히 모사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아예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모사를 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어요. 정작 보여줘야 할 것들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죠. 대신, 그 시절 송창식 선생님이 이랬을 수도 있겠다 싶도록 관객들을 납득 시키는 과정을 만들어갔어요. 사실 조율하는 과정도 없었어요. 할 수가 없죠. 어떻게 해요. 그냥 포기한 거죠. (웃음) 조율보다는 타협이라고 할까.”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다가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오디션을 볼 때 자신만만해 했다고 들었는데”라고 운을 떼자 “제가요?”라고 되묻는다.
“같이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을 보고 ‘라이벌들보다 내가 더 송창식 선생님을 잘 알고,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에서 자신감을 느꼈던 거예요. 외모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웃음)”
고교 시절 성악을 배워왔고, 꾸준히 기타도 쳤다. ‘쎄시봉’ 음악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이건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송창식 역과 자신의 교집합을 발견했다. “열정과 욕심이 지나쳐”서 정작 오디션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대신 이왕 할 거 다 해보자 싶은 마음에 가발이나 옷도 준비해갔죠. 그냥, 잘 못했어요. 그래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었어요.”
만족하지 못했던 오디션에도 불구, 조복래는 당당히 송창식 역을 거머쥐었다. “감독님을 사로잡은 결정적 한방은 뭐였다고 생각해요?” 묻자, 조복래는 명쾌하게 답한다.
“외모라고 하시던데요. (웃음) 느낌이었다고. 잘 못했는데도 느낌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쎄시봉’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들을 절대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떠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막상 찍을 땐 몰랐다”는 그는 큰 눈을 깜빡이면서 담담하게 그런다.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달라.”
“편집본을 보고 알았어요. 아 이렇게 속도감 있게 표현하시려고 그랬구나. 시나리오에는 그렇게 상세하게 적혀있지 않았거든요. 텍스트로 보는 것보다 더 재밌었어요. 제가 상상력이 적어서 그런 건지. 상상력을 키워야겠어요. 저는 글을 이길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영화화된 작품들에 실망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우리 영화를 보고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쎄시봉’을 통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영화도 연극처럼 모든 스태프가 똘똘 뭉쳐 예술을 빚어내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영화의 재미를 막 알아나가기 시작”한 그는 따듯하고 즐거웠던 ‘쎄시봉’에 대한 애정을 그득 안고 있었다.
“정우 형, 진구 형, 하늘이 모두 잘 맞았어요. 연기에 꾸밈도 없었고요. ‘쎄시봉’에서 제가 말도 없고, 엉뚱한 면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잖아요. 그런게 실제 제 모습 같기도 해요. 영화 초반에는 제가 현장에 적응을 잘 못해서 얼떨떨하게 얼어 있는데, 영화를 통해 보니 오히려 그게 자연스럽더라고요.”
모두 제 각각의 나이. 성격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지만, 그들은 꼭 그 나이대 친구처럼 보였다. “연기에 꾸밈이 없었다”기에 “역할에 젖어서 그런 걸까요, 아님 원래 그런 성격이었던 걸까요”하고 물었더니 도리어 놀란 기색을 한다.
“어? 잘 모르겠어요. 그분들이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진 거 아닐까요? 모르겠어요. 뭐지? 제가 속은 건가요? (웃음) 끝나고 놀 때도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연기를 하다가 사적으로 만나도 갑자기 낯설어진다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뭐지…. 진짜 프로인가?”
관객들에게 조복래는 ‘느닷없이’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10년 간, 천천히 소리 없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배우다. 연극계에서 10년. 그리고 영화계에 등장한 것은 이제 막 1년이 되어간다. 8편의 영화를 찍었고 회가 지날수록 점차 비중이 커져갔다. 그것은 본인보다 관객들이 더 실감할 정도였다.
“부담 돼요. 앞으로 기대하시는 것에 실망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천천히 절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덕목이 필요해요. 그냥 기본적인 교양이라거나 그런 것들요. 부족하기 때문에 천천히 나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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