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최송희 기자] 젊음의 거리 무교동.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에는 낭만과 청춘, 사랑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그곳에서 라이벌 윤형주, 송창식이 첫만남을 가진다. ‘쎄시봉’의 사장은 이들의 가수 데뷔를 위해 트리오 팀 구성을 제안하고, 자칭 ‘쎄시봉’의 전속 프로듀서 이장희는 오근태(정우)의 중저음에 반해 윤형주와 송창식의 빈틈을 메워줄 것을 직감한다.
기타 코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통영 촌놈 오근태는 이장희의 꼬임에 얼떨결에 ‘트리오 쎄시봉’에 합류하고 뮤즈 민자영(한효주)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무난한 선택이다. 첫사랑과 음악은 관객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무난한 소재를 두고 김현석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끄러운 감정의 결을 선보인다.
또한 영화는 ‘쎄시봉’의 명곡들을 충분히 영리하게 풀어나간다. 명곡의 탄생을 비롯해, 속도감 있는 전개며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이야기 전개를 위해 힘쓰기도 한다. 특히 강하늘, 조복래, 정우의 연기 및 노래 호흡은 영화의 빈틈을 채우는 좋은 무기.
거기에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 실제 인물들과 오근태, 민자영 등 가상의 인물들을 절묘하게 섞어낸 것도 흥미로운 부분. 관객들에게 그리운 마음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물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근태의 순정. 정우는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밀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한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찰나를 생생하게 목격하는 듯, 미세한 떨림까지도 여과 없이 스크린 너머도 전달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민자영 캐릭터에 대한 불균형이다. 영화 초반 매력적 뮤즈로 그려지는 민자영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생기를 잃는 듯하다. 설득력을 잃은 캐릭터는 날카로운 첫사랑의 기억보다는 의뭉스러운 인물로 기억된다. 갑작스러운 20대 민자영의 마무리는 그대로 40대까지 연결돼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근태의 순정을 보여주는 것에, 민자영을 소비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낭만에 대한 향수. 장현성이 언론시사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쎄시봉’은 “낭만적 세대를 살아간 낭만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날로그적 감성들과 음악들을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서 만나볼 가치가 있다. 2월5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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